이종우의 흐름읽기
종합주가지수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2000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약세 흐름은 주식시장 밖에서도 발생했다. 국제유가(WTI)는 40달러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가격이 하락하면 감산하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생산량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가 나더라도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미국의 석유 재고가 늘고, 이란의 증산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신흥국 통화가 다시 약세로 기울었다.
최근 주가 조정은 미국 금리 인상 때문일까, 아니면 반등이 끝난 영향일까?
약세란 결과는 똑같지만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향후 진행 과정이 달라진다. 금리 인상 때문이라면 조정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주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 자체가 낡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반등이 끝난 영향이라면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진다. 시장의 에너지가 보강되어야만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이번 약세는 반등이 끝난 시점에 미국 금리 인상이 더해진 때문으로 판단된다. 시장의 힘이 강했다면 금리 인상에 따른 악영향을 시장 안에서 충분히 희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8~9월에 한번 홍역을 치른 만큼 주가를 밀어내는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주가 약세를 막지는 못했다. 상승 동력이었던 유동성이 장기간 시장에 노출되면서 이제는 하락을 방지하는 요인으로 격하됐다. 그 공백을 경기나 기업 실적이 메워주어야 하는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약세 요인은 미국 금리 인상에 선진국 경기 지표의 광범위한 둔화가 더해져 힘이 세졌다.
3분기 유럽의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추가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월 말에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SDR)에 포함될 경우, 위안화 절상으로 우리 경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둘 다 주가 상승 요인이지만 당장에 큰 힘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주가 고점은 이미 확인됐다. 10월에 한 달 가까이 고점을 넘기 위한 시도를 하다 실패한 만큼 연내에 또 다른 상승 시도를 하긴 어렵다.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흔들린 부분은 실제 인상이 이루어지고, 추후 진행 상황에 대한 전망이 잡힌 후에야 진정될 것이다. 그 사이에는 주가와 환율 모두가 불안정한 상태를 계속해 어떤 주체도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종목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끌고 왔던 삼성전자와 한미약품의 힘이 약해졌다. 하나는 주가가 올라 자사주 매입이란 재료가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빈번한 재료의 출현으로 신선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 대장주의 약세는 동일 부류에 속하는 많은 종목들의 힘을 잃게 만들고 있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종합주가지수와 유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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