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올 4조2752억 사들여
48건 중 소각한 건 10건 불과
일시적 주가 부양 그칠 수도
48건 중 소각한 건 10건 불과
일시적 주가 부양 그칠 수도
최근 삼성전자가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등 올해 들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 주주환원책 중 하나지만, 매입 뒤 소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엔에이치(NH)투자증권의 집계를 보면, 올들어 10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4조2752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입 규모인 3조4781억원을 이미 넘어섰고 2013년 매입 규모(1조5866억원)의 3배에 이른다.
유통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호재’이자 주주환원책이다. 실제로 10월29일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한 이래 3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2.04%, 지난달 28일 185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네이버 주가는 3일까지 7.28% 올랐다. 개별 주식의 값뿐 아니라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 중 하나인 ‘주주이익환원 부진’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장기적 주주환원책이 되려면 매입 뒤 소각(주식 자체를 없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시장에 다시 내놓을 경우 기업은 싼 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팔아 이득을 챙기지만, 주주들은 다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또 자사주 자체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호적인 제3자에게 매각해 지배주주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쓰일 경우에 장기적으로 다수 주주 이익에 반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뒤, 삼성물산 저평가로 주주권 침해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6월 삼성물산은 자사주 5.76%를 제일모직의 2대주주인 케이씨씨(KCC)에 매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2010년~2015년 10월까지 있었던 280건의 자사주 매입 중 소각한 경우는 49건에 그친데서 보듯 대부분의 기업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근본적 수단은 아니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경욱 비엔케이(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에 든 비용은 회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사용한 것으로 본질적인 기업 가치의 변화는 없다. 추가 성장을 위한 재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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