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올해 외국인은 변화무쌍한 매매 패턴을 보였다. 상반기에는 누적 순매수 금액이 10조원에 이를 정도로 주식을 사들이더니, 하반기에는 그만큼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 매매가 급변한 건 국외 요인의 영향이 컸다.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8월에는 한 달 동안 4조원 가까이 주식을 내다 팔 정도였다. 그 때문에 주가가 1800까지 하락했는데 외국인 매매가 주가의 추세를 바꾸진 못해도, 짧은 기간 동안 의도한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은 했다.
당분간 외국인은 매수, 매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매매를 할 것 같다. 한 쪽으로 쏠리게 만들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다. 종합주가지수도 저점 대비 10% 넘게 올랐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외국인은 주식을 사들였지만, 상승이 꺾일 경우 매수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주가가 2000을 넘으면서 가격보다 미래 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에 의해 외국인 매수가 결정되는 상황이 됐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 만큼 매매가 소극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화가 한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6% 넘게 절상됐다. 1120원대로 떨어졌는데, 한미 양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 절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졌다는 사실과 신흥국 경기 회복은 별개 문제다. 금리 인상 지연이란 재료가 상당 부분 환율에 반영된 만큼 향후 원화는 절상보다 절하 쪽으로 힘이 실릴 것 같다. 원화 약세를 메울 정도로 주가가 오른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지금의 원화 환율은 외국인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
선진국 주가도 문제다. 외국인 매수는 선진국 주가와 흐름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들이 자국 주식시장 동향을 통해 우리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선진국 시장은 횡보와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고주가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고, 2분기 이후 미국의 기업 이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선진국 주가 흐름은 외국인 매수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10월 들어 외국인이 화학·조선·에너지·자동차 등으로 매수 종목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에 착안한 결과다. 당분간 외국인은 비슷한 매매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매수하려는 종목의 가격이 올랐을 때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서거나 3분기 실적이 두드러진 기업에 매수가 몰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텐데, 그렇다고 해도 전체 매수 규모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 외국인 누적 순매수와 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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