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담배를 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담뱃값 인상에도 케이티앤지(KT&G)와 편의점의 주가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9월 정부가 올 초부터 담뱃값을 올린다고 발표하자, 편의점·마트 등 유통업계에선 담배 사재기가 일어났다. 이에 제조사인 케이티앤지와 담배 매출이 전체 매출의 39%(2014년 기준)에 이르는 편의점 업계가 근심에 빠졌지만, 이는 기우였던 셈이다.
17일 케이티앤지의 주가는 10만5000원으로 지난해 말 7만6100원에 견줘 38% 올랐다.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는 비지에프(BGF)리테일은 지난해 말 7만6500원이던 주가가 이날 18만9000원으로 147% 올랐고, 지에스(GS)25를 운영하는 지에스(GS)리테일 주가도 지난해 말 2만5650원에서 이날 6만1300원으로 139% 올랐다.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같은 기간 음식료·담배 업종 지수는 35.12%, 유통업종 지수는 20.36%, 코스피지수는 3.18%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케이티앤지와 편의점 주가 상승의 배경에 담뱃값 인상이 있다고 본다.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맞다. 케이티앤지는 올 상반기 국내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2% 감소한 171억개비라고 밝혔다. 하지만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케이티앤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2872억원에서 올해 1분기 4285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비지에프리테일의 영업이익은 303억원에서 423억원으로, 지에스리테일의 영업이익은 335억원에서 39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월1일부터 담배 한 갑 판매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름에 따라, 전년에 생산된 담배의 재고평가이익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담배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담배판매량은 3억5000만갑으로 이미 최근 3년 월평균 판매량인 3억6200만갑에 근접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때 정부가 내세운 ‘금연’ 효과가 반년도 지속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이티앤지와 편의점 주가 전망이 밝게 유지되는 주요한 근거다.
케이티앤지는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환율이 상승하고 시장이 불안정한 때, 배당률이 높은(시가배당률 4.47%)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인데다 수출 실적이 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케이티앤지의 올해 상반기 수출물량은 229억개비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3.4% 늘었다.
편의점의 주식시장 선전은 담배 판매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증권 분석가들은 편의점을 오프라인 유통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온라인과 경쟁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으로 본다. 여기에 편의점이 발달한 일본의 사례로 볼 때, 한국 편의점도 1~2인 가구 증가에 맞는 도시락·가정간편식과 자체 브랜드(PB) 제품 유통에서 중심축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 간편식의 매출 비중은 아직 5% 남짓(비지에프리테일 기준)이어서, 편의점 주가에 대한 기대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가 상승은 담배 효과가 컸다고 본다.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도시락·편의식 부문 수익성이 더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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