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룹 투자하며 ‘업종 분산’ 이점
전방 기업 업황 좋을 땐 혜택
대체종목 적은 구조적 취약점도
‘지배구조 이슈’에도 민감한 반응
‘경영권 승계’ 삼성 한때 자금유입
‘합병 이벤트’ 끝나자 수익률 뚝
전방 기업 업황 좋을 땐 혜택
대체종목 적은 구조적 취약점도
‘지배구조 이슈’에도 민감한 반응
‘경영권 승계’ 삼성 한때 자금유입
‘합병 이벤트’ 끝나자 수익률 뚝
지난 7월 말 불거진 롯데그룹 형제 간 경영권 다툼 때 롯데 상장사 시가총액이 2주 만에 1조7000억원 증발했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 탓이었다. 이론적으로는 계열사 주가는 저마다 실적·성장성에 따라 따로 움직여야 하지만, 총수가 그룹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탓에 모든 계열사 주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대부분 대형·우량주로 구성돼 있는데도, 그룹주 펀드가 ‘테마펀드’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롯데는 상장사가 8개뿐이어서,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한 그룹주 펀드 상품이 없다. 그룹주 펀드의 대부분은 ‘삼성그룹주’가 차지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자료를 보면, 19일 현재 운용 중인 그룹주 펀드 42개 가운데 29개가 삼성그룹주 펀드다. 에스케이(SK)·한화·엘지(LG)·현대·현대차그룹주 펀드도 있지만, 순자산 766억원의 ‘현대그룹플러스1’ 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순자산 50억원이 채 안된다. 하지만 삼성그룹주 펀드는 가장 규모가 큰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의 순자산이 19일 기준 1조803억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주 펀드 전체 순자산 규모는 3조4458억원대다. 2004년 그룹주 펀드를 처음 내놓은 한국투자신탁운용 백재열 주식운용1팀장은 “구제금융기, 카드버블을 거쳐 살아남은 기업 가운데 오래 투자할 만한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삼성 계열사가 14개나 포함됐다. 삼성 계열사만으로 펀드 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 그룹에 투자하면서도 어느 정도 ‘업종 분산투자’가 되는 것은, 한국 재벌 기업이 주력 사업 관련 업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업종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2003년 설정된 ‘도요타 그룹주 펀드’가 있지만 이 펀드는 7월말 기준 도요타 자동차에 50% 가까이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90% 이상 운송장비 관련 업종에만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삼성그룹주 펀드는 4월 말 기준 전기·전자 32.69%, 보험 13.82%, 유통업 9.86%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고 있다.
그룹주 펀드는 설정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때(-29.12%)를 제외하고는 2010년까지 줄곧 좋은 수익률을 냈다. 특히 2005년, 2009년 삼성그룹주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60%대였다. 수익률이 좋으니 돈도 몰렸다. 2006년 한 해에만 삼성그룹주 펀드로 2조3505억원이 유입됐다.
하지만 대기업 실적이 부진하고 주가가 횡보하며 투자자들이 중소형주에만 눈독을 들인 2013년부터는, 대형주 위주의 그룹주펀드 수익률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9일까지 주식형 펀드 전체는 2.71%의 수익을 냈지만 삼성그룹주 펀드는 수익률이 -9.05%였다. 현대그룹·현대차그룹주 펀드도 올해 수익률이 각각 -15.06%, -10.17%다.
전문가들은 그룹주 펀드가 대체 종목이 적다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 실적·업황이 좋지 않을 경우에도 펀드의 콘셉트 때문에 다른 기업주를 매입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편입 종목 수도 20개 전후로 일반 주식형 펀드(50~60개)보다 적어 운용의 유연성도 떨어진다. 물론 삼성전자·현대차 등 전방 업종이 호황일 경우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투자자에게 “그룹주 펀드의 특성을 이해하고 포트폴리오 다양성의 일환으로 10~20%의 자산만 배분할 것”을 권유했다.
기업 실적과 관계 없이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이슈에 민감한 것도 그룹주 펀드의 특징이다. 그룹주 펀드에서는 2012년 이후 매년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지만, 삼성그룹주 펀드는 지난해 11월~올해 1월에 5548억원가량의 자금이 반짝 유입됐다. 이 시기에 삼성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기업으로 여겨지는 삼성에스디에스(SDS)·제일모직 상장이 이뤄졌고 삼성테크윈 등 계열사 4개를 한화에 매각하는 등 기업구조 개편이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이 발표된 올해 5월 말에는 두 주식 상승에 힘입어 주간수익률 3.5%가량을 내며 주식형펀드에서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7월 중순 ‘합병 이벤트’가 끝나자 주가가 곤두박질쳐, 지난 한 달간 삼성그룹주 펀드 수익률은 다시 -10.41%로 떨어진 상태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전체 수익률인 -6.51%를 밑도는 수치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삼성그룹주 펀드 연도별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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