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유가가 4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핵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이란의 원유수출이 늘어날 거란 전망과 중국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미국 원유시추 증가, 달러 강세 등이 하락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유가 하락이 곧 비용 절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가다. 과거 주가를 보면 유가 하락이 호재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2001년이 대표적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를 시작으로 7년 사이에 150달러까지 상승했는데, 해당 기간 종합주가지수도 500에서 2000까지 올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시장의 생각과 달리 유가와 주가가 동시에 상승한 셈이 된다.
유가와 주가의 관계는 1980년대와 2000년대가 달랐다. 1980년대에는 유가가 40달러에서 8달러까지 하락한 덕분에 우리 경제가 3저 호황을 만났고, 주가 역시 3년반 사이에 150에서 1000까지 올랐다. 2000년대는 정반대다. 유가가 7배 오르는 동안 주가도 4배 정도 상승했다. 왜 유가와 주가의 관계가 정반대로 바뀐 걸까?
1980년대는 인플레가 만연했던 시기다. 선진국 대부분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테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부의 모든 관심이 물가 안정에 맞춰졌는데, 미국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맞춰 조절하지 못해 저수익 구조에 빠졌다. 유가 하락은 이런 악순환 구조를 끝내는 계기가 돼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2000년대에는 인플레 공포가 사라졌다. 2008년에 유가가 사상 최고인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갔지만 국내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안정적이었다. 유가 상승의 동력도 바뀌었다. 1980년대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2000년대에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수요 증대가 상승요인이었다. 신흥국의 경기 회복의 영향력이 유가 상승을 압도해 유가와 주가가 같이 올라갈 수 있었다.
유가가 앞으로 상당기간 40달러대에 머물 것 같다. 1982년 이후 15년동안 유가가 10달러를 벗어나지 못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장기 저유가가 현실성 없는 가정이 아니다. 이번에는 유가 하락이 주식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영업을 통해 이익을 올리기 힘들어 졌다. 비용 관리가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되고 있는데, 유가 하락이 상당한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된다. 이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에 유가 하락으로 기업이익이 6조원 가까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유가 하락의 효과를 실감케 해주는 부분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유가와 주가, 2014년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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