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밝혀
규모는 7% 지분 중 5% 미만
“주주권 보호 모든 방안 검토”
손실 확정뒤 소송 등 가능성
‘발 빼기 수순 돌입’ 평가도
규모는 7% 지분 중 5% 미만
“주주권 보호 모든 방안 검토”
손실 확정뒤 소송 등 가능성
‘발 빼기 수순 돌입’ 평가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날인 6일 삼성물산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가를 밑돌았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날 삼성물산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합병 반대와 관련해 추후 적극적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손실을 확정하고 출구 모색을 하거나 장기전 채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3.5% 하락한 5만5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말에 합병결의와 함께 공시된 주식매수청구가격 5만7234원을 밑도는 금액이다.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승인이 난 지난달 17일 임시 주주총회 날 10.39% 급락한 뒤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부진한 잠정실적이 발표되던 지난달 23일엔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발표하는 등 양사 모두 주가 부양 의지를 천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발표 직전 수준(5만5300원)으로 회귀했다. 6일 제일모직 주가도 전날보다 4.17% 하락하며 16만1000원에 마감해, 주식매수청구가(15만6493원)를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합병 발표 직전(5월22일) 가격인 16만35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이벤트 종료에 따른 하락, 엘리엇이 목소리를 내 주가가 오른 부분에 대한 하락분이 겹친데다, 합병 성사에 실망한 외국인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실제 합병 주총 직전인 7월16일에 33.23%였던 삼성물산 외국인 지분율은 8월6일 30.24%까지 줄었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엘리엇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은 합병안이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주주로서의 권리와 투자가치 보호를 위해 지난달 임시 주총 결과와 관련된 사항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엘리엇 쪽은 정확한 매수청구 지분율을 밝히지 않은 채 “보유한 지분 중 매수청구가 가능한 지분율은 합병 이사회 결의(5월26일) 이전 취득한 5% 미만의 지분”이라고만 설명했다. 앞서 엘리엇은 6월2일까지 삼성물산 지분 4.95%를 취득했으며 6월3일 2.17%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주식매수청구를 ‘발을 빼는 전략’으로 평가했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나 되는 지분을 시장에 다 팔면 가격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분 2%를 포함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일부는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향후 경영 참여 여지는 남아 있다. 김영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으로 일부 손실을 확정지은 뒤 소송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남은 지분으로는 합병 삼성물산에 주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 사실을 밝혔고, 삼성물산 주가가 매수청구가를 밑돌았지만 삼성물산 쪽은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홍보팀 조근호 부장은 “6일 자정까지 매수청구권 신청을 받고 있어 아직 최종 집계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합병 무산을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병계약서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가액이 1조50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1조5000억원은 주식매수청구가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의 16%에 해당하는 액수다. 삼성물산 쪽은 매수청구권 규모를 7일 오후까지 집계해 공개할 예정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합병발표부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일까지 삼성물산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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