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가 17일 낮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통과시키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17일 두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꺽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10.39% 하락해, 6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7만800원(전일대비 2.16% 상승)으로 거래를 시작한 삼성물산 주식은 장중 한 때 7만18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1시께 주총에서 합병 승인 안건이 통과되자 급락하기 시작했다. 합병 발표 뒤 가장 큰 하락폭이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더 불리하다는 논란으로 인해 합병 수혜주로 평가받아온 제일모직 주가도 이날 7.73% 떨어진 1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합병 발표(5월26일) 이후 주가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이날 단기 급락을 두고 시장에선 ‘합병 논란’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이 대거 ‘팔자’에 나선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이 공격적으로 합병 반대 활동에 나서는 등 합병 관련 논란으로 주가가 들썩거려왔지만 주주총회가 끝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양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삼성물산 -968억원, 제일모직 -331억원)가 많은 것으로 볼 때, 합병통과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매물이 주가 하락의 시발점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애초 목표대로 합병을 무산시키지 못한 엘리엇의 지분 매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합병법인은 사실상 지주회사로 프리미엄을 계속 누릴 것이고 바이오사업 가치 등을 볼 때 장기투자에 나선다면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관련 이벤트가 끝나버려서 프리미엄이 걷히는 과정을 밟고 있다. 본질적인 기업가치 향상 노력이 없다면 주가는 꾸준히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