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우선주가 우리 주식시장에 본격 등장한 건 1988년부터 1989년 사이다. 주식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인이 몰려들어 경영권을 빼앗아 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됐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1% 정도 배당을 더 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걱정이 지나쳤던 것 같다. 우선주 발행 확대로 대주주가 혜택을 봤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도 지분율이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주를 통해 힘 안들이고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자, 보통주 자본금의 50%까지 우선주를 발행한 기업이 생길 정도였다. 보통주 주가에서 15%를 깎아 우선주를 발행했기 때문에 둘의 가격차가 15% 이상 벌어질 경우 우선주가 각광을 받았다.
1993년에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체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가격차가 30%, 심한 종목은 50% 이상 벌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몇 번의 적대적 엠엔에이(M&A)를 겪으면서 의결권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선주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주식인지 알게된 것이다. 투자자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의결권 없는 우선주의 발행을 금지했다. 대신 다른 형태의 우선주가 도입됐는데, 요즘 각광받고 있는 보통주로 전환이 보장된 우선주가 그것이었다.
이런 형태의 우선주가 많지 않아서인지 가끔 주가가 황당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중소형주 상승이 무르익을 때쯤, 우선주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해 며칠간 상한가를 기록하는 형태가 거기에 해당한다. 이런 패턴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상승이 끝난 뒤 상당한 후유증이 발생했는데,주가가 출발점까지 빠르게 하락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최근 우선주가 급등하고 있다. 단기간에 주가가 네 배 이상 오른 종목이 나올 정도다. 이런 현상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우선주의 배당률이 보통주보다 높은 게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우선주와 보통주의 주가가 몇 배나 차이가 나야 하는지 의문이다. 배당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라면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항상 높은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실은 특정 시점에만 가격 차가 벌어질 뿐 평소에는 보통주보다 가격이 낮다. 기업 실적이 좋아 우선주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보통주 가격은 안 오르고 우선주만 상승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
투자자는 다양한 부류가 있다. 기업실적만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투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우선주 상승은 ‘투기’라는 말을 빼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주가가 올라 투자할 종목이 없다면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굳이 설명하기 힘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우선주 사이에도 주가 움직임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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