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권가 ‘불확실성’
‘불확실성’(토렌트투자증권), ‘그레이존-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확실한 지대’(신한금융투자)….
2015년을 전망하는 증권가의 열쇳말들이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을 떠받치고 있던 미국의 달러화가 본격적으로 회수되는 첫해인데다, 국내 경제 전망도 불투명하다. 주가 부양을 위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향이 강한 증권사들도 올해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코스피 수치를 내놓았다. 국내 증권사 22곳이 예측한 올해 코스피 상단 평균은 2109다. 재작년 증권사 18곳이 제시한 2014년 상단 평균 2309에 한참 못 미친다.
증권가는 올해 증시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인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6월께로 점치고 있다. 1차 양적완화 이후 6년여 동안 신흥국 증권시장을 부양해왔던 달러화가 올해 중순부터 다시 회수되는 것이다. 코스피에 끼칠 영향력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엘아이지(LIG)투자증권은 “미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의 빈자리를 디플레이션 우려에 처한 유럽과 일본의 재정정책이 대체하면서 유동성이 계속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토러스투자증권은 “아직 미국의 노동생산성, 소득여건 등 근원적 성장체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은 세계경제를 불확실성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기업들의 주주 이익 확대 움직임(주주환원) 노력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당소득 증대세제 시행, 연기금의 배당주주권 행사 강화, 배당지수 개발 등 정부의 배당 압박이 거세지며, 지난 12월 한달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현금배당을 결정한 기업은 2013년보다 4배 늘어난 60곳에 달했다.
기업들의 주주환원 노력의 또다른 배경은 정체된 성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 그룹의 경우 2015년 제로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삼성증권은 “이익성장이 약화된 국내 증시 상황과, 배당을 의식하며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패턴의 변화 등을 종합해봤을 때 주주가치 제고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업들이 성장성을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가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경기부양책이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부양책과 산업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나타난 변화는 거의 없었다. 올 상반기 좀더 집중적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제시되면 하반기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주식투자를 위한 가처분소득에서 중요한 부분은 부채인데, 이미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부채 축소 없는 확장적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내수부문 침체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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