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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코넥스 기업, 코스닥 이전 신고식 ‘혹독’

등록 2014-12-29 19:52

올 한해 아진엑스텍 등 6개사 상장
첫날 믿었던 기관투자 대규모 매도
주가하락 등 4곳서 ‘상장락 현상’
코넥스와 코스닥 시장 큰격차 탓
“첫 ‘이전 상장’인만큼 실험대상이 되겠다는 각오는 단단히 했다. 그런데도 상장 첫 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코넥스 시장에서 참 고마웠던 기관투자가 자금이 부메랑이 돼서 우리를 공격하는 느낌이었다.”

29일 김창호 아진엑스텍 대표는 지난 7월24일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해 상장한 첫날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이전상장 1호 기업이었던 아진엑스텍은 이날 대규모 기관매도에 부딪혔다. 상장 첫날 하루동안 기관은 71만5953주, 유통물량 주식수의 13% 정도를 매도물량으로 쏟아냈다. 주가는 시초가 7900원에서 840원(10.63%) 떨어졌다. 김대표는 “로봇제어시스템이라는 낯선 분야를 개척하는 터라 코스닥 시장 일반투자자에게 우리를 설명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지니 일반투자자도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시장은 신생·벤처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조달하게 할 목적으로 지난해 7월 개설됐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올 한 해 아진엑스텍을 시작으로 6개 기업이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했지만, 막상 코스닥으로 넘어 온 뒤 기관의 투자금 회수 탓에 주가하락을 겪는 소위 ‘상장락 현상’이 4곳에서 반복됐다. 코넥스 기업가들은 “신생기업을 위해 코넥스는 반드시 필요한 시장이지만, 막상 코스닥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벽에 가로막히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진엑스텍 뿐만 아니라 10월30일 이전상장한 테라셈의 경우에도 상장 첫날 무려 90만1165주가 기관 매도물량으로 나와 첫날 주가는 시초가 3200원보다 455원(14.22%)이나 떨어졌다. 또다른 이전상장 기업인 아이티센은 상장 첫날 41만592주, 랩지노믹스는 25만9181주의 기관매도를 경험했다.

코넥스시장 때 기관투자가 비중이 거의 없거나 적었던 다른 이전 상장기업인 메디아나와 하이로닉의 경우 오히려 상장락을 피했다. 전문투자가인 기관투자가에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자금지원을 받았던 코넥스 회사일수록 코스닥 이전상장 이후 큰 주가하락을 경험하는 아이러니가 생긴 셈이다.

상장락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넥스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현격한 격차다.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코넥스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4만6000주로,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량 3억4582만9000주와 비교하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시장에 가깝다. 김군호 코넥스협회장은 “거래량이 많을수록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커지는데, 코넥스시장의 경우 거래량이 많지 않아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현재 주가에 불안감을 느끼고 코스닥 상장 후 바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코넥스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코스닥 상장 공모가가 결정되지만, 코넥스 가격 자체에 신뢰가 없다보니 일단은 팔고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본 매매수량단위를 100주에서 1주로 바꾸고, 일임형 랩어카운트로 투자하는 개인의 경우 예탁금 3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1억원으로 고쳤다. 하지만 12월 들어서도 코넥스 일평균 거래량은 8만주 정도에 머물렀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성은 있지만, 아직 이전 상장 사례가 6곳 뿐이라 일반화하긴 이르다” 면서도 “시장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진입자격 문턱을 낮추는 문제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코넥스

성장가능성은 크지만 기존의 주식시장인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주식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으로 지난해 7월 처음 만들어졌다. 개인투자자는 3억원 이상 예탁해야 코넥스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26일 기준 69개 기업이 코넥스에 상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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