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째 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형 연기금의 투자풀이 조성되고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높이는 방안이 마련된다. 또 한국판 다우지수(KTOP30)가 개발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26일 발표했다.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저금리·고령화 추세로 노후자산 운용 수요가 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이 증가하고 개인투자자는 직접투자와 펀드 등 간접투자를 모두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떠나간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돌아오도록 주식시장의 구조적 개선 방안을 마련했으며,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과 규정을 개정해 내년 중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에서 특히 기관투자자의 역할 확대에 무게를 뒀다. 기관투자자는 자산운용사, 연기금, 은행, 보험 등 고객 돈이나 회사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로,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우,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를 하고 있어 주식투자 비중이 외국에 비해 낮은데, 이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증권금융에 ‘연합 연기금 투자풀’을 설치해, 중소형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중소형 사적 연기금은 사립대 적립기금과 사내복지기금, 공제회 등을 합해 68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연기금은 여유자금을 예·적금 등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풀’에 자금 운용을 맡기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해, 주주권 행사 지침 등을 포함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도 만들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배당이나 시세차익에 대한 관심에 그치지 않고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준칙으로 2010년 영국에서 도입된 바 있다.
또 은행의 주식시장 참여를 높이기 위해, 유가증권 투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6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마찬가지 목적으로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 한도도 현행 예금자금의 10%에서 20%로 올린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 한도가 6조원가량 늘어난다. 공모펀드의 주식투자 활성화에도 나선다. 펀드 자산의 50% 안에서 한 종목을 25%까지 편입하는 것을 허용하되, 나머지 50% 자산에선 동일 계열 증권을 5%까지만 편입하는 분산형 펀드가 도입된다.
금융위는 또 코스피·코스닥 종목 가운데 대표적인 30개 초우량 종목을 반영한 한국판 다우지수를 개발하기로 했다. 1896년에 개발된 미국의 다우지수는 실적과 브랜드, 가격, 지배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업종을 대표하고 배당을 열심히 하는 초우량 기업 30곳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코스피50 지수가 있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만 산정해서 지수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판 다우지수가 정착되면,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분할해 발행 주식의 총수를 늘리는 것)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애플이 다우지수 편입을 위해 액면분할을 추진한 바 있다.
이번 주식시장 발전 방안에 금융투자업계가 강력히 요구해온 증권거래세(주식 매도가격에 0.3% 부과) 인하 등 세제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못했다. 세제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세수가 부족하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를 0.1%포인트만 내리더라도 1조5000억원쯤의 세수가 줄어든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가치와 기업 오너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직접적으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업계의 평가에 대해 이현철 국장은 “증시를 단기간에 강력히 부양하기보다는 보약을 먹은 것처럼 중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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