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회사채 피해자 3205명
어제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제출
승소땐 피해자 5만여명 배상가능
법원 ‘집단소송’ 허가가 1차 관문
어제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제출
승소땐 피해자 5만여명 배상가능
법원 ‘집단소송’ 허가가 1차 관문
동양그룹 기업어음(CP), 회사채 피해자 10여명이 10일 상자 3개를 들고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상자에는 동양 사건 피해자 3205명이 보내온 소송 위임장이 담겨 있었다. 동양그룹 피해자들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시작했다. 청구 금액은 피해자 5만여명(동양그룹피해자대책협의회 추산)의 피해액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소송을 함께 준비한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개별소송, 단체소송만으로는 5만명에 달하는 동양그룹 피해자를 함께 구제할 방법이 없다. 빈틈없이 잘못을 캐묻기 위해 집단소송에 나섰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은 개별소송이나 단체소송과 달리 승소할 경우 사건과 관련된 모든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소송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가증권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증권 관련 사안에 한해 2005년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은 10여건에 불과하다. 더구나 집단소송은 법원의 소송 허가가 필요한데, 이를 받아낸 경우는 한 건밖에 없다. 피해자 변호인단으로 나선 이대순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평균 4000만원 정도의 피해를 본 서민피해자로서는 이런 형태가 아니면 직접 소를 제기하기 어렵다.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동양증권주식회사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10명을 피고로 한 소장이 법원에 접수됐다.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사용해서 금융상품을 매매할 수 없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78조와 배상책임을 언급한 179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갚을 의지가 없는 동양그룹 회사채와 어음을 고객에게 판 것을 일종의 사기로 본 것이다. 89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김천국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언론위원장은 “사건이 벌어진 지 9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금융당국이나 정부로부터 배상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집단소송을 통해 피해자 모두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승리하고 싶다”고 소회를 말했다.
피해자들은 대만 위안다증권의 동양증권 인수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도 함께 청구했다. 피해 배상을 청구하면서도 위안다증권의 인수자금이 어떤 성격인지, 실질적인 투자자는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소송 위임장이 몰려들지만 서둘러 집단소송을 시작한 이유도 위안다증권의 피해 배상 의지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소송을 진행하며 계속해서 위임장을 받을 계획이다.
동양증권은 소송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법원 판단도 없는 만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현재 상황에서 특별한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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