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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한국 증시 새역사 “재평가 첫발 뗐다”

등록 2005-09-07 18:10수정 2005-09-07 18:10

198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 추이
유동성·경기회복 기대·세계증시 상승 어우러져 “시장 질적 개선” 삼성전자·현대차등 제대접 늘어

주가 사상최고치 경신

종합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풍부한 자금과 경기회복 기대감, 세계증시의 동반 상승 등이 어울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가가 ‘꿈의 지수’ 1천선을 넘어 아직까지 걸어보지 못한 신천지로 들어섬에 따라 한국증시가 본격적인 재평가 국면에 들어설지 주목된다.

상승 배경=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저금리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면서 든든한 수요 기반을 형성했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 5일 현재 15조1173억원으로 올들어서만 6조5천억원이 급증했다.

두번째는 경기와 기업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체감경기는 좋지 않지만 올해 1분기가 경기 저점으로 보이며 이후 차츰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세계 증시, 특히 신흥시장 증시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과 미국의 달러약세로 자금이 미국에서 신흥시장이나 유럽 쪽으로 이동하면서 신흥시장 주가가 상승 국면을 타고 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시장이 15년간의 장기 박스권 장세를 돌파하고 있다”며 “인도·브라질·동구권 증시들이 박스권을 이미 돌파했으며 한국, 대만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시 재평가되나=한국 증시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본격적인 재평가 국면으로 들어설지 주목받고 있다.

한국 증시는 1989년과 1994년, 1995년, 1999년에도 1천선을 넘었으나 이를 유지하지 못하고 번번히 1천선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이는 한국 경제의 높은 변동성과 함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가 작용한 결과다. 한국 경제는 높은 수출의존도로 인해 외부 충격에 취약해 변동성이 심한 데다, 기업의 투명성 결여와 북한 문제로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저평가를 받아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 한국 증시가 재평가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김영익 대신증권 상무는 “외국인들은 과거에는 한국 기업들을 믿을 수 없다고 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면서 기업들의 투명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북핵 문제도 해결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국 증시의 재평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익이 점차 안정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고, 주가가 오를 때마다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던 유상증자가 적어졌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 주주우대정책을 많이 펴는 점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몇년 전부터 투자자들로부터 ‘프리미엄’을 받은 데 이어, 현대차의 경우 과거에 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시장평균인 7배 정도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1배 정도로 높아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이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며 “선진시장과의 괴리가 많이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상무도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어도 국내 주요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이 평균적으로 9.5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주가수익비율이 16배 정도인 선진시장은 물론이고 13배 정도인 신흥시장보다도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익 상무는 “기업수익이 3분기부터 좋아질 것으로 보이고, 기관들이 채권 대신 주식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어 올해 예상최고치를 130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이 너무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가장 불안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유가 움직임이다.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시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또 경기회복이 현실화하지 않거나 회복의 강도가 약할 경우 증시는 다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얘기다.

최익림 ·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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