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쏠린 주가 전광판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1142.99를 기록한 7일 오후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증권사 전광판을 시민들이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GDP·산업생산·소비 회복세 불구
유가·미 소비위축·양극화에 ‘주눅’
7일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우리 경제의 ‘부활’ 기대감이 일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도 한결같이 경기회복세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참가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년동기 대비 국민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1분기 2.7%, 2분기 3.3%에 이어 하반기에는 4.5%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생산은 4~6월 3.9~4.2%대를 오가다 7월 7.0%로 솟아올랐고, 지난 6월까지 2~3%대에 머물던 소비증가율도 7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4.9%로 나타나 확연한 경기회복세를 보여줬다. 체감경기와 밀접한 서비스업 동향도 5~6월 3.1%선에서 7월에는 3.5%를 기록하는 등 하반기 경기회복은 ‘지표’가 앞서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표상 호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은 부족한 상태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허리케인으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과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소비위축 등 2가지 큰 외부변수를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지난 5월 배럴당 45.41 달러에서 지난 8월 56.77 달러로 3개월 동안 25%나 올랐다. 급격한 유가 인상은 생산원가 상승과 채산성 악화, 물가상승, 소비부진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을 0.3~0.4%포인트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미국 가계의 부동산거품 붕괴와 맞물릴 때는 미국 소비위축, 한국 수출부진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이른바 ‘부의 효과’로 불리는 흥청거림을 느끼기 힘든 이유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기가 위를 향하는 게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유가 변수가 잠재해 있다”며 “미국 경기위축은 방향보다 정도와 속도가 중요한데,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총체적인 경기지표는 증가세를 보이지만, 세부 항목에선 정보통신,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고, 전분야에 걸친 양극화가 경기회복세를 막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서비스업이 4.2% 증가세를 보였지만, 숙박·음식점업은 -0.7%를 기록했다. 우리 산업 전반적으로 산업 연관 효과가 떨어져 한 분야의 성장이 다른 분야로 이어지는, ‘트리클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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