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최근 선진국 시장 하락도 비정상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한 해 내내 주가가 오르고 50번 넘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게 정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진국 주가 하락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양적완화 축소에 때문이라 보는 시각이다. 지난 몇 년간 유동성이 선진국 시장을 끌어 왔는데 돈이 줄어들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생각은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채권 매입을 줄였을 때는 주가가 올랐는데 지금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똑같은 정책을 놓고 언제는 주가가 오르고 언제는 떨어진다면, 진정한 하락 이유라 할 수 없다.
두번째는 미국과 중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 때문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선진국 경기 회복이 시장의 저변을 탄탄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는데, 이 부분이 약해진다면 당분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구조적 퇴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까지 후퇴한다면 전망이 암울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몇 경제 변수가 둔화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3%대를 회복하는 등 반대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아직 본격적인 경기둔화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마지막은 선진국 주가다. 주가가 상승하는 와중에 적절하게 조정을 거쳤다면 상황이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시장은 2011년 한해를 제외하고 계속 올랐다. 특히 지난 1년 반 동안은 미국과 독일 주식시장은 50% 가량, 일본은 90% 넘는 상승을 기록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그리고 오래 올랐기 때문에 반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가가 문제라면 시장이 적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한 채 경제나 실적이 좋아져 부담이 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고 무엇보다 이익을 본 투자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관건은 현재 선진국 주가 하락이 5년 동안 이어온 상승 추세를 마무리하는 건지, 아니면 속도 조절을 위한 숨고르기인지 여부다. 아직은 판단이 안 되지만 향후 시장에 부담이 생긴 건 분명하다. 대세상승이 무르익을수록 주가 상승에 대해 두려움이 사라지는데 이번 하락으로 투자심리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극에 다다르면 반드시 평상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 태공망이 문왕에게 치국의 도를 설파하면서 한 얘기다. 지금 선진국 시장을 보면서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드는 말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