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8000억~1조원 확보 전망
채권은행, 강도 높은 자구안 요구
채권은행, 강도 높은 자구안 요구
현대그룹이 결국 현대증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좀더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야 한다는 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금융당국과 채권단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그룹 쪽은 최근 산업은행에 현대증권 매각 등을 뼈대로 하는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투자금융(IB)업계에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할 경우 현대증권의 매각 가치가 최소 5000억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25.9%)과 현대증권 자사주(9.83%)로 시가는 3500억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까지 계산하면 현대그룹 쪽에 유입될 유동성은 최대 8000억~1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은 현대의 자구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산은에선 현대증권 매각으로 확보될 자금 규모를 현대그룹 쪽보다 낮게 추산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그룹 쪽에 수정계획안을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쪽은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자구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산은과의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일정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쪽은 서울시 남산의 6성급 반얀트리호텔과 경기도 양평의 현대종합연수원 등 다른 부동산 매각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인 현대상선은 이날 컨테이너 박스 2만대가량을 미국·홍콩의 리스업체에 매각해 563억원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이런 방식으로 올해에만 모두 180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채권단의 자금 수혈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이 더 나오는 것을 전제로 자금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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