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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최고점 앞둔 박스권 탈출 “어렵다 어려워”

등록 2005-08-23 11:58수정 2005-08-23 11:58

사상 최고점 돌파를 앞두고 한 발 물러섰던 시장이 23일 오전에도 1,100선 언저리의 박스권 탈출에 버거운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감질나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1,137선까지 등정과 동시에 시작된 4일간의 조정흐름 뒤 전날 나타났던 급반등세가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날 시장은 하루만에 다시 매물벽에 막혀 갑갑한 움직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1,080선 지지는 강해..문제는 상승동력" = 종합주가지수는 이달 초 첫 사상 최고치 도전에서 물러서며 연 나흘 하락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1,079선에서 바닥을 찍은 뒤 되튕겨 오른데 이어 지난주부터 시작된 조정에서도 다시 1,078선을 반등의 기점으로 삼아 1,137선까지 공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 이 지수대에서 하락에 대한 저항강도는 강하다는 이야기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급등락하는 최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정이 1,080선에 걸친 1차 지지선에서 마무리될 지는 자신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와 달리, 극단적 과열을 동반하지 않는 등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기술적 특징은 뚜렷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시장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물론, 펀더멘털적 측면과 증시 주변여건상 아직까지 시장의 중기 상승추세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시장의 안팎의 주류다.

그러나 문제는 하방경직성도 강하고 주변 여건도 나쁘지 않지만 동시에 상방으로 지수를 힘차게 끌어올릴 뚜렷한 에너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돈은 들어오는데 매수에 나서지 않는 외국인의 매매행태가 부담이다.


한국관련 해외펀드로의 자금 순유입이 15주째 이어지고 있고 특히 지난주 유입규모는 14억달러를 넘어 2000년 10월 이후 주단위로는 11번째에 해당하는 규모였지만 외국인들은 이날 오전까지 연 6일째 '팔자'에 나서며 6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함께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 그리고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의 결산이 9∼10월에 집중된데 따른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동시에 단기간내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25일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적립식 펀드의 '월말 효과'가 적어도 내달 초까지 시장을 견조하게 버텨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있지만 '사상 최고치 돌파 목전의 박스권'을 분명히 뚫을 분명한 에너지가 될 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유 연구위원은 "조정폭이 제한적이라도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며 그 근거로 월중 최고점이었던 1,137포인트선이 기술적 분석상 '의미있는 저항선'임을 강조한 뒤 "의미있는 저항선은 단기에 쉽게 돌파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시 돌파하더라도 회귀할 경우 저항의 의미는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매매와 함께 또 수급의 중요한 축인 프로그램 매매도 23일 오전시장에서 매수우위와 매도우위를 수 차례 반복하며 시장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증권 박문서 연구위원은 이날 시황전망에서 "전날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돼 수급불안이 진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외국인의 선물 누적 포지션이 여전히 매도우위를 유지하는 등 프로그램 매매의 안정적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3월 조정과 여건은 다르다 = 물론 아직까지 시장이 비록 박스권에 갇혀있는 양상이긴 하지만 중기적 상승추세는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이 '조정 이후 박스권 탈출'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대증권 김지환 투자전략팀장은 현 조정을 "펀더멘털의 변질 반영이 아닌 단순 기술적 조정"으로 규정하며 3개월 지수목표로 1,250선을 제시했고 골드만삭스도 고유가와 그 악영향을 한국 증시의 최대 위험요소로 꼽으면서도 "낮은 주가 수준이 하락세를 제한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12개월 목표지수 1,200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고점 돌파 기대를 모았다 외국인 매도공세에 밀리며 조정국면을 보였던 3∼4월 장세와는 증시가 처한 여건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유가 급등이나 외국인의 매도전환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3월과 달리, 위안화 절상 이후에도 해외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점은 외국인 매도가 단기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당시와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을 하향 돌파하던 당시와 달리, 환율이 안정적인 점 ▲정보기술(IT)분야의 계절적 수요가 발생하는 3.4분기인 점 등을 언급하며 "3∼4월 조정국면보다는 시장여건이 우호적"이라고 강조하고 "현 주가 급등락은 역사적 최고치 돌파를 앞두고 나타난 일시적 변동성 확대"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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