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 추이
장기 상승랠리 온다 ↔ ‘돌다리’ 짚어볼때죠
“갈 곳 잃은 부동자금 증시로 더 들어올 것” 주식수요늘고 공급줄어 경기회복도 갈수록 가시화…지금 조정 겪을 때 사라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국내 증권 분석가 중에서 대표적인 낙관론자다. 그는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연말 주가를 1200에서 1300 정도로 잡았다. 내년은 1500, 기간을 좀더 잡아 2009년에는 3000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20년간 지수 500과 1000 사이를 박스권으로 맴돌던 주가가 이 박스를 탈피할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 주가가 장기 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이 분명합니다. 매우 양호한 증시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기 회복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어요. 민간소비가 지난해 4분기부터 플러스를 나타내고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12월을 저점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경제도 좋습니다. 하반기에는 내수 수출 모두가 뒷받침하는 주가 랠리가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은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실제로 내수가 나아지고 있는 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주가는 오르는 것일까. 그는 이 문제를 1980년대 일본의 경험을 들어 설명한다. “일본의 경우 60~70년대 1차 오일쇼크가 났을 때 4%로 성장률이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어요. 이후 89년까지 10배 정도 올랐습니다. 우리도 이 국면에 들어선 것입니다. 97년까지 연평균 8% 성장이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4% 성장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가 보기에는 4% 성장이면 괜찮은 성장이다. 일본은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물가가 안정되자 화폐가치가 상승하고 무역 흑자로 유동성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가치를 부풀리고 주가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주가 상승 요인은 무엇보다 수급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들 수 있죠. 외환위기 때의 엄청난 피해의식에 잡혀 다들 너무도 리스크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채권과 주식의 불균형이 심각했어요. 그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변하고 있습니다. 자산 운용에 고민하는 기업들도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그는 현 장세를 전적으로 유동성이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오히려 그 반대지요. 상반기에 증시에 새로 들어온 돈은 얼마되지 않아요.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봤는데 핵심적인 이유는 주식 공급량이 줄어든 것입니다.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었어요. 기업들이 투자를 안해서 유상증자를 하지 않아요. 되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가 하반기 주가 상승을 확신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점이다. 그동안 증시를 받쳐왔다는 유동성이 사실은 별로 들어오지 않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돼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 퇴직연금, 적립식 펀드 등과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들이 부동산에 대한 규제와 맞물리면서 증시에 집중될 경우 본격적인 랠리가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증시 주도세력도 외국인들을 제치고 연기금 등 기관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 이정용 기자
198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 추이
“더 크게 오른다고요? 낙관론 근거 비현실적” 내수회복 등 기대와 달라…한국경제 더욱 좋아질테지만 지금은 주식 사라고 못권해 “연말까지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쪽의 전제에는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 추정으로는 올해 주가 최고치는 1140선, 연말 전망치는 1000선입니다.” 씨티그룹글로벌증권의 유동원 상무는 지금은 주식을 팔아야 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정밀하게 계산해도 올해 주가는 1140선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조정은 사실상 최고점을 친 뒤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가 아니라 ‘팔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하반기에 주가가 1200에서 1300까지 간다는 것은 수출증가율이나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 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수치를 집어넣어 산출해도 1140 수준입니다. 우리는 이보다 낮아지면 낮아지지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주식을 사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낙관론자들이 저평가된 한국 주식이 재평가되는 국면이 왔다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국내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이나 주가순자산비율이 꾸준히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는 제반 환경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평가는 시간을 두고 이뤄집니다. 3년에서 10년 정도는 걸릴 것입니다. 단순히 주가가 오르는 게 문제가 아니고 무엇보다 재평가를 위한 시장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아직 재평가될 단계가 아니라는 이유를 세가지 든다. 첫째는 아직도 기업이익의 변동폭이 크다는 것이다. 설비투자 규모나 해외경기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업과 정부의 시각이 증시에 친화적이지 않아 돈이 남으면 투자에 골몰하고 주주 배당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북한에 대한 것으로, 그는 북핵뿐 아니라 북한의 존재 자체가 남한으로서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한다. “대만의 주가수익비율이 16~17배인데 우리는 10배 정도입니다. 그 차이는 단적으로 배당에 대한 시각을 비교해보면 됩니다. 한국의 배당성향이 25%인데 대만이나 홍콩은 40~50%입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위해 배당하는데 우리는 단순히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에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과도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북핵리스크가 줄어든 것,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된 것이죠. 따라서 유동성이 좋은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오버슈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금리는 오르면 올랐지 내리지는 않습니다. 금리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이죠.” 내수 회복에 관해서도 실제로 회복되는 속도와 증시에서 표출되는 기대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소득에 대한 정부의 규제정책을 볼 때 회복 정도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계한다.
유동원 씨티그룹글로벌증권 상무.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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