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추이
미·일 닮은꼴 장기상승 오나
주가가 1100을 돌파했다. 짧게는 지난 4월말 911선에서 시작된 오름세가 계속되는 것이고 약간 더 길게는 지난해 8월 710선에서 시작된 중기 상승추세가 강력한 지속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1994년 11월8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점 1138.75를 뚫고 올라갈 것을 거의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위안화가 절상돼도 꿈쩍않고 웬만한 유가상승이나 환율 하락도 ‘쇼크’ 정도의 폭이 아니면 개의치 않는다. 28일의 종합주가지수 1104.72는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에 있던 1994년 11월22일의 1106.7 이후 10년 9개월만의 최고치다. ◆ 상승세, 미국의 90년, 일본의 80년과 비슷 = 증권 분석가들은 최근의 증시 상승세는 이전의 상승세와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증시 주변환경의 변화, 기업들의 체질 강화와 글로벌 경제환경의 개선이 맞물려 장기간 강세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장기상승추세는 초기에 유동성 수급이 장세를 견인하고, 경기회복이나 기업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의 개선단계로 넘어간 뒤, 세번째로 주가수준이나 기업가치를 재평가해 상승을 합리화하는 단계로 나간다”라면서 “우리 증시는 이미 첫단계로 접어들어 장기상승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장기상승을 위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1980년 당시의 미국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다우지수는 1962년부터 약 20년 동안 지수 600에서 1000 사이를 횡보하다 대세상승 단계로 들어가 2000년에 1만1000에 도달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저금리를 기초로 뮤추얼펀드가 확대되고 기업연금제를 시행하는 등 주변환경이 꾸준히 개선됐다. 일본도 80년대 비슷한 폭발적인 주가상승과정을 거쳤다. 국내 증시도 1989년 처음으로 1000을 돌파한 뒤 최근까지 15년 이상을 지수 500~1000 사이에서 횡보해왔다. 마침내 미국처럼 횡보를 끝내고 비상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여지 = 증시 전문가들은 94년 주가가 최고점에 도달할 당시 상장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19.2배였지만 현재는 8.72배 정도의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 니케이225는 21.07, 미국 다우는 18.4, 나스닥도 25.6을 나타내고 있다. 홍콩 항생지수도 16.48이나 된다. 증시가 디스카운트 돼 있다면 주가가 정당하게 재평가될 경우 지수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 특히 상장기업의 체질변화는 최근 주가를 재평가하도록 한 직접 요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등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춤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들의 수익성에 대한 성과 전망과 기업가치를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삼성증권의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상승은 단순히 유동성 증가만으로는 이해되기 어렵다”라면서 “이는 강력한 브랜드와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 등에 대한 증시 전반적인 재평가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양호한 수급과 경기 회복 = 현재의 가파른 상승을 지지하는 것은 양호한 증시 수급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주식형 수익증권은 지난해말 8조5천억원에서 13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적립식펀드도 지난 6월말 현재 8조원 이상으로 증가했고 매월 5천억원 이상의 신규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가들이 속속 증시에서 이탈하는 반면 간접투자상품을 무기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 활약은 놀랍다. 증권거래소는 지난 5월에서 7월까지 거래를 분석한 결과 1천억원어치 주식을 매수할 때 지수 상승폭은 기관이 5.4, 외국인이 3.6으로 기관이 영향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경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가동률만 높여왔기 때문에 설비투자 압력이 높은 상태”라면서 “개인소비도 이미 바닥을 쳤기 때문에 하반기 경기회복은 거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3.3%로 발표되자 “아직 바닥에 이른 것이 아니다”라면서 “내년에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 한국이 진짜 바닥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