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악용…높거나 낮은 가격에 사고팔아 부 이전
거래소, 탈세 혐의 조사
주식시장에서 파생상품 매매를 통한 탈세 혐의가 포착돼 한국거래소가 조사에 나섰다.
13일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감시중 주식옵션시장에서 이상한 매매 흐름을 발견해 세금포탈 목적 여부를 조사한 뒤 과세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특정 당사자간에 고가 매수와 저가매도가 이뤄진 ‘통정매매’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통정매매는 상대방과 미리 가격과 수량을 정해놓고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은 가격에 사고팔아 불법으로 부를 이동시키는 수단이다. 특히 높은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거래가 많다. 아버지가 자녀를 상대로 정상적인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파생상품을 사들인 뒤 곧바로 헐값에 되팔면 그 가격 차이만큼의 자금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동된다. 이런 거래를 반복하면 거액의 자금 이전이 가능하다. 현재 파생상품 거래에는 세금이 전혀 안 붙는다.
이러한 통정매매는 주로 참가자가 적은 개별 주식 선물·옵션시장에서 이뤄진다. 거래가 활발한 현물 주식시장이나 지수 선물·옵션시장에서는 비정상적인 호가 주문이 나올 경우 다른 거래자가 단숨에 가로채 짜고 치는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옵션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10개 종목을 발견해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회사 법인 명의를 빌린 세 사람이 통정매매를 통해 대표이사 개인에게 4억원의 부당이득을 이전해 줬다.
현재 주식옵션시장에는 삼성전자, 에스케이(SK)텔레콤 등 33개 종목, 주식선물시장에는 25개 종목이 개설돼 있다. 주식옵션은 거래가 거의 끊겼지만 주식선물은 상대적으로 매매가 적지 않은 편이다.
과거 주식선물시장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시스템 매매로 주가를 이상 급변동시키는 방식으로 통정거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요즘 들어선 강화된 시장감시를 피하기 위해 주가의 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이전하는 신종기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주식 선물·옵션 외에도 파생상품 전반에 걸쳐 탈세 목적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한다. 한 증권사의 파생담당 연구원은 “만기가 길어 거래량이 적은 국채선물이나 원-달러 선물옵션, 금선물시장은 증여뿐만 아니라 자금세탁을 위한 이동 경로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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