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단행된 직후인 22일 아시아 전체의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는 비교적 조용하게 하루를 보냈다. 증시가 하도 무덤덤해 이를 계기로 조정장세에 들어가는가 하는데 대해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7포인트 가까이 내린 채 출발했지만 이내 오름새로 돌아섰고 한동안은 미세한 오름세까지 보이다가 고작 0.43포인트 내린 채 마감됐다. 잔뜩 긴장하고 기다려왔던 위안화 절상에 대한 반응치고는 지나치게 짠 내림새였다. 마침 전날 밤에는 런던에 추가테러가 발생하고 미국 증시도 하락했지만 증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실장은 “이번 위안화 절상으로 조정기에 들어가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증시의 특징은 주도주 없는 절묘한 순환매를 통해 주가가 스스로를 조정하면서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면서 “주식들이 제각기 개별종목화 되어 자기만의 트레이딩 구조속에서 굴러가는데 이는 엄청난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팔고 엄청난 분량의 한전 케이티 에스케이 데이콤 등을 사들였다. 전형적으로 수출주를 팔고 내수주를 사들이는 양상이었다. 32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6천억원 어치 이상을 매수해, 위안화 절상을 의식해 ‘(한국)시장을 매도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위안화 절상으로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없지 않다. 추가적인 절상이 진행되거나 이번 절상으로 자칫 중국 경기가 위축되면 국내에도 부담감으로 작용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증시에선 이런 우려가 종목별로 반영돼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출주들이 하락하고 한전이나 케이티, 에스케이텔레콤 등 내수주들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대신증권은 “2% 내외의 평가절상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번 조처를 시작으로 추가절상 압력이 심화될 경우 위안화가 연내 추가로 3% 정도 절상될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이홍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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