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3분기 분석해보니
10곳 중 6곳꼴 적자·악화
10곳 중 6곳꼴 적자·악화
‘정치 테마주’ 관련 기업 3곳 중 2곳꼴로 적자를 내거나 실적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75개 종목 중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거나 전년 같은 기간보다 나빠진 실적을 거둔 종목이 61.3%인 46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18곳은 적자로 돌아섰거나 적자가 지속됐다. 나머지 29곳(38.7%)만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개선됐다.
순이익 상황도 비슷해 적자기업 20곳을 포함해 실적이 나빠진 곳이 45곳이었다. 흑자로 전환하거나 실적이 개선된 곳은 30곳에 그쳤다.
실적 악화에도 정치 테마주로 거론되기 전인 지난해 6월 말 이후 이달 16일까지 주가가 오른 회사는 59곳(78.7%)에 이르렀다. 영업적자 규모가 커진 신우, 현대통신, 우리들생명과학 등 5곳의 주가가 올랐고 영업이익이 50% 이상 줄어든 10곳 중에서 동양철관, 솔고바이오메디칼, 필링크 등 7곳의 주가가 상승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대형주가 힘을 못 쓰자 작전세력이 일부 중소형주에 테마란 이름을 씌워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상승한 테마주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 때 인터넷주나 2005년 황우석 사태 때의 바이오주, 2007년 대운하 공약 관련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다수 개미들도 이러한 테마주의 운명을 모르고 투자하는 게 아니다. 정치 테마주는 선거라는 이벤트가 끝나기 전까지는 비교적 긴 시일에 걸쳐 화제에 오르기 때문에 강한 유혹을 느낀다. 한 차례 시세를 분출한 뒤 주가가 급락해도 ‘하이에나족’이 뛰어들어 2차, 3차로 상승세를 이끌어낸다.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희생자만 되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정치 테마주는 17일에도 일제히 상승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 뒤 ‘친노무현주’로 불리며 정치 테마주에 합류한 영남제분과 모나미는 이틀째 상한가를 이어갔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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