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여파 이달에만 3조 넘게 순매도
올 들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액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중심부로 번진 이달에만 3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24일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2842억원의 주식을 팔며 6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는 기관의 순매수에 힘입어 11.96(0.67%) 오른 1795.06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6.5원 오른 1158.5원으로 닷새 연속 상승했다.
외국인의 이달 순매도액은 3조2411억원이며 올 한 해로는 9조6953억원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1~2일 안에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계 자금은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2조원 넘게 팔았다. 미국계도 4511억원을 팔아 한 달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채권시장도 다소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까지 외국인 순매수액이 314억원에 그쳐 지난달 1조6000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매 추이는 유로존 위기의 진행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미국 경제지표와 증시 흐름을 버팀목으로 삼았던 국내 증시는 유럽계의 거센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23일 40여일 만에 18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각) 독일이 국채 입찰 미달이라는 수모를 당하면서 유럽의 국채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배경에는 그리스 신용부도스와프(CDS) 문제가 깔려있다. 신용부도스와프는 부도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하지만 그리스 국채의 원리금을 50% 탕감하기로 유럽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이후 신용부도스와프가 보장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채를 매입할 때 신용부도스와프를 함께 샀던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로 해당 국채를 대거 매도해 금리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만기가 내년 2월께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다시 7%를 돌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60원선에 다가가는 등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유럽 부채위기 추이에 따라 코스피는 1700선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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