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회사채 발행 주관 책임 물어
최근 부실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에 배상 책임을 물리는 첫 판결이 나온 가운데 유사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해운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130여명은 22일 발행 주관사였던 현대증권을 상대로 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현대증권 노조가 밝혔다. 대한해운은 유상증자와 회사채를 발행한 지 불과 두 달 만인 올해 1월25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해 일반투자자들이 2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대한해운 투자자들은 소장에서 “현대증권의 투자설명서가 일반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해운업황이 안 좋아질 경우의 위험을 고지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투자자가 부실기업의 회사채를 샀다가 손실을 입은 경우 주관 증권사가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는 지난 18일 개인투자자 유아무개씨가 성원건설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키움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증권사가 회사의 부실 징후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유씨가 입은 손실금 2억7000만원 중 60%인 1억6000만원을 키움증권이 물도록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부실기업의 증자나 채권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에 첫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위험 평가보다는 기업 유치 경쟁에 몰두해왔다. 현대증권은 대한해운 기업실사를 단 사흘 만에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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