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파버
비관론자 마크 파버, 유로존 연쇄 채무불이행 우려
“구제금융은 그리스를 돕는 게 아니라 정부를 협박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을 돕는 것에 불과하다.”
1987년 미국 증시의 검은 월요일을 예측해 ‘닥터 둠’(비관론자)으로 불리는 경제학자 마크 파버(사진)는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대신증권 포럼’에서 “이미 파산 상태인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만이 깔끔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인 통화로 돌아가 가치를 절하시키면 부채 상환이 쉬워질 것이란 얘기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은행이 더 많은 투기를 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그리스 자체의 비중은 미미하지만 그리스의 부도위험을 헤지해주는 파생상품(CDS)이 남발돼 유럽의 보험회사 등이 파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버는 미국에 대해서도 “오바마와 버냉키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미국 증시(S&P500)가 1000 이하로 내려갈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3차 양적 완화를 실시할 것”이라며 “금융위기 때마다 미봉책으로 일관해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위적 저금리는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어 계층 간 격차를 더욱 벌리고, 화폐의 가치저장수단 기능이 사라짐으로써 투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파버는 중국 거품이 붕괴하면 세계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개방 이후 급속히 성장한 중국이 2008년 금융위기가 오자 극단적인 확장정책을 편 결과 지난 3년 동안 부동산 거품이 진행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경제는 70%가 소비로 돌아가고 서비스업 중심이지만 중국은 생산과 제조업 위주의 경제라는 것이다.
파버는 한국 증시와 관련해 “코스피는 지난 5월 2200으로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 900선까지 떨어졌듯이 이번에도 1200~140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투자회사의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돈은 동시에 여러 자산군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며 “경제 권력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옮겨오는 지금의 상황에 대응하는 수단은 금을 포함한 원자재”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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