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의 주가가 2년 만에 70만원이 무너지는 굴욕을 당했다.
19일 삼성전자는 68만원으로 마감해 이틀 새 9.8% 추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 산업의 중심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1월28일 100만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던 삼성전자가 세계 경기 둔화와 정보기술 생태계 변화로 중요한 갈림길에 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모바일 빅뱅’에 삼성전자가 제대로 응전을 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과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성공적인 변신을 한 상황에서 껍데기인 하드웨어에만 안주한다면 천하의 삼성이라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로 하드웨어 부문의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가 시급해졌다.
이날 국내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에서 사라진 금액은 16조원이 넘었다. 지난 1일 기준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이날까지 변화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128조1504억원에서 100조16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등주 현대차는 1조4318억원이 날아갔다. 현대모비스는 1조117억원, 엘지(LG)화학은 1조1398억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정보기술 업종의 추락은 더 충격적이다. 하이닉스는 시총 14위에서 21위로 7계단이나 내려왔다. 엘지(16위→25위), 엘지전자(21위→29위), 엘지디스플레이(30위→39위)도 크게 밀려났다.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세계적으로 유난히 높은 이유는 이들 정보기술 산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과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 업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최근 4조1674억원에서 3조8400억원으로 7.86%나 낮게 잡았다. 반도체 값 급락 등의 여파로 삼성전자는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의 경쟁 심화로 선전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수익성마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엘지이노텍의 3분기 실적 전망치도 13.20% 하향조정됐고 하이닉스는 3분기는 물론 올해 전체로도 적자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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