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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국내 금융시장 ‘아수라장’…실물경제로 전이 조짐

등록 2011-08-19 19:08수정 2011-11-14 08:31

코스피 유동성 장세 사실상 끝…본격 하락 우려
수출·소비·실업 등 실물경제 전반에 불안감 증폭
밀물일 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썰물이 되자 비로소 벗은 알몸이 드러났다. 돈의 힘으로 밀어올린 주가가 유동성이 빠져나가면서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다. 19일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면서 잿빛으로 물들었다.

이달 초 1차 충격파에 이어 금융시장에 두번째 대형 충격이 몰아치자 금융 전문가들은 경기와 무관하게 올랐던 증시의 대세상승장이 마무리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본격적인 대세하락 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앞으로도 미국과 유럽발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외변수에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이 자생적인 회복을 보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부문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는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를 금지한 영향으로 다소 완화됐지만 다시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들이 ‘글로벌 선행지수’라고 부를 정도로 코스피는 세계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무려 5조895억원을 내다팔았다. 16일에는 6620억원을 사들여 귀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으나 바로 다음날 순매도로 돌변했다.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 매도는 화학(1조1469억원), 운송장비(1조473억원) 등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수출 업종에 집중됐다.

주가가 워낙 단기간에 가파르게 떨어져 앞으로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전문가들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장중에 기록했던 저점 1684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지지선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많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지선은 이미 예측 영역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심이 미국 부채협상이나 신용등급 같은 현안에서 경기 하강에 대한 공포로 옮겨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 주가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과거 경기가 꺾인 대세하락장에서는 평균적으로 주가가 고점 대비 30% 넘게 빠졌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코스피가 1500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 실물경제를 걱정해야 할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세계 경제가 동반 추락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조선·화학·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미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가 신용위기로 전이되면서 시차를 두고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를 계기로 하드웨어 중심인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전망 기관들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내리고 있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4.5%로 낮췄지만 이마저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엘지(LG)경제연구원은 최근 경기의 조정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되거나 다시 하강할 가능성이 있어 연간 경제성장률 예상치인 4%대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대외 리스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증시에서 수출주가 더 많이 빠지는 것은 앞으로 무역수지가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선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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