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자금 유출 행진
예탁금은 사상 최대치 기록
예탁금은 사상 최대치 기록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금의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의 자금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반면, 직접투자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사상 최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9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13일엔 자금이 들어오면서 순유출 행진이 멈추긴 했지만 전날 코스피가 3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2100선이 무너진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다음날인 14일엔 다시 자금이 빠져나갔다. 따라서 주가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경우 주식형펀드 자금의 유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외 주식형펀드에서는 무려 70일 연속 자금이 이탈하며 최장기간 순유출 기록을 다시 세웠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 주식형펀드는 1조8058억원, 국외 주식형은 2조7387억원이 빠져나갔다. 그 여파로 국내외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11일 100조원대가 무너졌다. 지난 1월28일 이후 처음이다. 14일 기준 설정액은 99조6633억원이다.
고객예탁금은 기존 최대치인 16조6033억원(지난해 5월7일)을 지난 12일 넘어선 데 이어, 사흘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14일 현재 17조1826억원이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돈인데, 흔히 주식매수 대기자금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펀드 이탈과 예탁금 증가만을 놓고 개인들이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로 돌아서고 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한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3월 초부터 꾸준히 증가하면서 코스피 등락과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 이 기간에 주가가 오를 때마다 개인은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아왔다. 3월 초부터 4월14일까지 개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1조6575억원에 이른다. 개인의 주식매도 자금 중 일부가 계속 증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예탁금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펀드 환매 자금 중 일부는 자문형 랩 상품 등으로 이동하고, 개인 매도 자금은 금리가 낮은 은행권 상품으로 이탈하지 않고 있다”며 “증시의 체력이 좋아진 만큼 지수의 추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