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현황
인수합병 성공 전무…초반 관심 갈수록 ‘잠잠’
일부선 “투자 안전성 높아 여전히 유망” 분석
일부선 “투자 안전성 높아 여전히 유망” 분석
기업 인수합병만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1년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모두 22개 종목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됐고 공모 규모도 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단독 또는 공동설립 형태로 스팩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는 나타나지 않으면서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11일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스팩은 미래에셋스팩1호·현대증권스팩1호·신영스팩1호·대신그로쓰스팩·에이치엠씨스팩1호 등 5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팩이 3년을 시한으로 우량기업을 찾아 상장시킨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설립 2년차를 맞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른 곳은 올해 안에 합병 여부를 묻는 주주총회를 열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스팩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인수합병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특수목적회사를 세워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뒤 비상장기업을 합병해 그 성과를 개인들에게 돌려준다. 스팩은 또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 창구를 다양화하면서 우회상장으로 인한 부실을 좀더 방지하자는 측면에서도 도입됐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우회상장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바꾸면서 비상장 기업이 얻을 수 있는 매력은 다소 줄어들었다. 기업의 현재가치를 구하기 위한 할인율을 5%에서 10%로 올리면서 공모가 산정이 낮아져 차익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스팩 투자는 유망하다는 지적도 있다. 도입 2년차인데다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공모시장이 주춤해진 것도 스팩의 매력을 높이는 이유이다. 스팩은 특히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외부 신탁기관에 맡겨두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실패하더라도 공모가 수준의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안전성이 높다.
홍현기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스팩이 도입 2년차를 맞으면서 주관 증권사들이 상장 후보기업들과 활발한 접촉이 예상된다”며 “어느 종목이 먼저 인수합병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찍 설립된 스팩들 중에 그동안 기업공개시장에서 실적이 우수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하면 좋은 성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부자산운용은 현재 대우증권스팩(지분율 10.53%), 동양밸류스팩(지분율 13.21%), 우리스팩1호(18.42%), 현대증권스팩(8.50%) 등 수많은 스팩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동부자산운용이 2003~2008년 미국 시장을 조사해본 결과 스팩의 평균수익률이 30% 정도로 에스앤피(S&P)지수 대비 13~15%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 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도입 초기 100%의 수익률을 기록한 스팩도 있으나 우리의 경우 증권사들의 이름을 걸고 성공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만큼 무리한 수익률보다는 우량한 기업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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