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로 여자 아이를 뜻하는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으로,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은 저수온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쪽 바다인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5도 이상 상승한다. 온도가 높아진 쪽은 대류가 활발해지면서 태풍과 폭우가 오고, 온도가 낮아진 쪽은 가뭄이 발생한다.
최근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의 배후에 라니냐 현상이 있다. 타이에는 건기에 비가 많이 내려 고무 나무 채취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석탄과 설탕의 주산지인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는 사상 최악의 폭우 피해를 입었다. 옥수수와 대두의 최대 산지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이례적인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식시장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에서 석탄의 60% 이상을 조달하는 포스코는 8일에만 주가가 2.22% 급등하는 등 사흘째 올랐다.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던 씨제이(CJ)제일제당 주가도 이날 0.52% 오르는 등 사흘째 올랐다. 라니냐 현상에 따른 피해로 주가가 떨어져야 마땅한데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역발상을 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증거”라며 “면화 가격이 오르면서 대체재인 화학섬유 기초소재로 각광받던 금호석유가 고점 대비 큰 폭의 조정을 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라니냐의 평균 지속기간이 9~12개월인데, 이번 라니냐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으므로 이제 서서히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상이변이나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해 손해를 보았던 종목들의 경우 앞으로 1~2개월 안에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라니냐가 태평양 바다 전반에 걸쳐 여전히 활발한 상태이며, 올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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