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와 소형주의 주가 차별화 현상
이종우의 흐름읽기 /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주가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나온다. 우선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이 높아져서다. 종합주가지수와 비교하면 실제 수익이 났는데도 시장이 좋다는 인식과 특정 종목의 상승이 워낙 커 어지간한 수익률로는 만족을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덜 났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 수익률이 덜 난 이유도 있다. 올 9월 이후 대형주와 소형주의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대형주는 두달 반 동안 17% 오른 반면 소형주는 9% 상승에 그쳤다. 시장 사이에서도 거래소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은 10월 이후 하락해 500선을 지키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종목간에도 나타난다. 상반기까지는 정보기술(IT) 주식 전체가 움직였지만 이제는 삼성전자 등 몇몇 종목으로 대상이 압축됐고 이런 흐름은 다른 업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져 어떤 재료가 등장하면 단기간에 주가가 오른 뒤 다시 주저앉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상대 수익률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기업 실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까지 상장 기업 전체로 78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 이 중 삼성전자, 현대차를 포함한 대형 10개 기업이 24조원을 차지했다. 이익이 쏠린 만큼 일부 종목의 주가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시장 흐름상 유동성 장세에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은 주가가 높아 선택의 대안이 많지 않은 상태인데 편중 매매를 통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상승에서 외국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를 만드는 요인이다. 외국인은 특성상 한국을 대표하고 이익이 양호하며 거래가 많은 주식을 살 수밖에 없다.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고 이에 따라 주가 상승의 체감 정도가 떨어지는 현상은 이번 상승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지금 흐름을 만들고 있는 요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데, 과거에도 주도 종목이 고착된 후 중간에 흐름이 바뀐 경우가 없다.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상승 흐름에서 주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주가가 올랐지만 지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종목을 사야 한다. 주도주가 바뀌는 것은 시장이 상승을 끝낸 뒤 조정에 들어간 후다. 달리는 자동차가 멈춰 선 뒤에 바퀴를 갈 수 있지, 달리는 동안에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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