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추이
[이종우의 흐름읽기]
주식시장은 이상한 속성을 하나 가지고 있다. 대세 상승 끝 무렵이든, 대세 하락이 마무리되는 단계이든 상관없이 결정적인 숫자를 넘은 후에는 주가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이다.
1989년 4월 주가가 1000을 돌파한 뒤 주저앉았을 때가 대표적인 예다. 이미 1년 전인 88년에 경기가 꺾이기 시작했고, 특히 3년여 동안 시장을 끌고 오던 3저 호황이 마무리됐는데도 주가는 마지막 6개월 동안 50%가 더 올라 1000을 넘은 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경기에 선행해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88년보다는 훨씬 이전에 꺾였어야 하는데 결정적인 숫자까지 끌고 온 것이다.
2007년에는 2000까지 오른 뒤 방향이 바뀌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이 표면화하기 시작하고, 주도주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30배에 육박하는 등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주가가 계속 오른 것이다.
이런 속성이 나오는 것은 목표가 되는 상징적인 숫자 밑에서는 가격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목표 수준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주가가 높지 않다고 생각해 원래 방향으로 투자를 계속하지만, 그 수치를 넘으면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서 주가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이번에 결정적인 숫자는 무엇일까?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점인 2085일 것이다. 지난주에 주가가 2000을 넘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이 지수는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사상 최고치를 넘는 것은 주가가 금융 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갔다는 점과 함께,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지수대여서 상대적으로 매물 압박이 크지 않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100만원이다. 10년 가까이 기다리던 수치이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주가가 100만원대로 단위가 변했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상승은 종합주가지수 사상 최고치와 삼성전자 100만원 모두를 충족시키는 시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결정적인 숫자를 넘은 뒤다. 과거 예를 보면 주가는 결정적인 숫자를 돌파한 후에도 한동안 상승을 이어갔다. 투자심리 활성화와 높은 상승 기대가 유지되기 때문인데 이번에도 똑같은 그림이 나올 것이다. 높은 유동성과 낮은 금리, 공격적인 정부 경제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상승은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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