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업이익 안정적 증가·채권자금 유입 예상”
하반기 재평가 전망…IT·중국주·은행·건설 등 유망
하반기 재평가 전망…IT·중국주·은행·건설 등 유망
여러 악재에도 코스피지수가 2000 턱밑까지 올라선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증시 재평가’(리레이팅)를 근거로 내년 증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평가는 동일한 기업 이익에 대해 좀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의미이다. 내년도 기업이익 전망 자체는 10% 안팎에 그쳐 50% 가까이 성장했던 2009년과 2010년에 비해 좋지 않다. 그럼에도 코스피 지수 상승 목표는 20~30%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는 경기선행지수 등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증시가 상승했던 2004년 하반기와 닮아 2005년의 높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달러 약세와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신흥시장이 성장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증시 재평가를 말하는 이유는 안정성과 국내 유동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에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으로 돌아서고 기업이익은 안정적으로 늘면서 증시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는 시기에 기업이익에 대한 가치평가, 즉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져 왔다는 것이다. 또 경기순환 측면에서도 기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다음해는 통상 줄어들어 주가는 이를 할인해왔으나 내년에 안정적 성장이 이뤄지면 재평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중심 국가보다는 내수중심 국가의 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점도 이익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전세계 주식시장이 재평가되는 가운데 신흥시장의 재평가가 좀더 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세중 팀장은 “2000년대 들어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높은 가치를 받고 있지만 1990년대에는 신흥국이 높았다”며 “앞으로 기업이익의 안정성과 성장성 면에서 신흥국이 부각되면서 주가 재평가도 신흥시장이 좀더 큰 폭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재평가의 중요한 요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내년도 하반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돼 국고채 금리가 4% 이상 될 때 채권에 몰려 있던 자금이 주식 쪽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증시 재평가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은 통상 성장률이 높은 국가를 찾아 이동하는 속성을 보여 증시 재평가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 팀장은 내년 1분기까지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주로 나서고 2분기 이후에는 중국의 물가 안정과 투자 활성화로 중국 관련주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분기 이후에는 국내 유동성이 움직이면서 내수주인 은행과 건설 업종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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