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이종우의 흐름읽기]
인플레 때문에 걱정이다. 10월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4.1%를 기록했고, 중국도 4.4%로 2년 새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통화 정책이 일부 변경됐다. 우리나라는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이 이루어졌고, 중국도 지준율을 올렸다. 시장은 중국이 지준율 인상에 그치지 않고 조만간 금리를 손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적당한 수준의 물가 상승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인데 원자재 등 물건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비용 증가분보다 제품 가격이 더 오를 경우 물가 상승이 기업 수익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물가가 빠르게 오를 때다. 정부 정책의 초점이 물가에 맞춰져 강한 긴축 정책이 시행되므로 경제와 금융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 물가 수준은 높지 않다. 지역적으로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에 일부 물가 압력이 있지만, 선진국은 반대로 물가가 너무 낮아 경제 활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제의 기본 구조도 물가가 많이 올라갈 상황이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있는데 낮은 인건비는 제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참고로 인건비가 제품 생산 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놀고 있는 설비가 많은 점도 물가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선진국의 제조업 가동률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의 생산 능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공급 우위 상태다. 수요가 많아져서 제품 가격이 오를 경우 언제든지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데 한계가 있다.
물가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산 가격이다. 채권과 상품은 이미 거품(버블) 상태고 주식도 위험이 커지는 등 자산 가격 움직임이 우려된다. 자산가격 인플레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 물가를 잡기 위한 것과 똑같은 대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정부가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거나 유동성을 흡수하는 등 정책을 변경해, 유동성 장세가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의 기저에는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낮은 물가가 유지되어 정부가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계속하는 데 걸림돌이 없으리라는 것이 기본 전제인데, 연말까지 물가 동향은 이 생각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과 중국 물가상승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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