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거래소 공동으로
풋옵션 대박 관련성 살펴
풋옵션 대박 관련성 살펴
11일 옵션 만기일에 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의 대규모 프로그램 거래로 주가가 폭락한 사태와 관련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증시 감독당국은 이에 대한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12일 “옵션 만기일인 어제 종가 직전에 대량 매물이 쏟아진 경위와 주가급락 과정에서 주식과 파생상품을 연계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마감 직전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1조원대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53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날 자산운용사 와이즈에셋은 8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으며,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풋옵션’을 건 곳에서는 최대 400배가 넘는 수익이 발생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감독당국이 특별조사반을 편성해 지수 폭락과 풋옵션을 연계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한 것은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이치증권은 2006년 장외 파생상품 부당거래가 적발돼 기관경고 조처를 받은 바 있다”며 “관련 계좌들에 대해서도 정밀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감독당국이 들여다볼 핵심 사안은 장 마감 직전에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이뤄진 대량 매매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다. 이 과정에서 불법성이 드러나면 해당 업체와 관련자는 검찰에 고발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번에 큰 손실을 낸 와이즈에셋에 대해서도 수시 검사에 나서 손실을 초래한 경위와 내부 통제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대규모 손실은 관련 펀드의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와이즈에셋 이외에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들과 자산 일부를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각종 연기금이나 증권사 피해도 불가피해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전날 급락으로 42개 증권사의 손실액이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내 증시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호가 제도를 변경하거나 은행 선물환 규제처럼 거래 한도를 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도 동시호가에서 생기는 문제”라며 “동시호가 제도를 변경하거나 외국인이 한번에 매도할 수 있는 물량이나 금액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져 발생한 만큼 국내기관들의 참여를 높여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모펀드에 거래세가 부과되면서 국내기관은 참여하기 어려운 반면, 외국인들은 환차익만으로 거래세 부담을 메울 수 있다”며 “거래세를 줄여 국내기관의 참여를 높이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프로그램 매물 폭탄’에 충격을 받고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 초반 한때 1950선을 회복하며 급반등했으나, 오후 들어 기관이 6319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내며 하락세로 반전해 전날보다 1.61(0.08%) 내린 1913.12로 장을 마쳤다.
이찬영 최혜정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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