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남미 등에 달러 자금 ‘밀물’ 수익률 고공행진
선진국 회복세 돌아설 땐 외국자금 ‘썰물’ 주의해야
선진국 회복세 돌아설 땐 외국자금 ‘썰물’ 주의해야
신흥국에 투자하는 국외 주식형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에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흥국의 성장성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집계를 보면, 아시아·남미·유럽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국외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동남아 펀드가 지난 1년간 28.91%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고, 아시아신흥국 펀드도 20.92%, 남미신흥국도 16.02%의 수익률을 기록해 국외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 12.89% 대비 초과수익률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인도 주식이 27.50%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가운데 중국(14.05%), 브라질(14.25%), 러시아(12.72%)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국내 주식형 펀드도 14.25%로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은 한달 기준으로 각각 8.22%와 9.17%의 수익률을 올려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반면 세계 주요 선진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는 1년 기준으로 6.48%, 유럽 주식은 1.05%, 북미 주식은 6.08%로 저조했으며, 엔화 강세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 주식은 1년 동안 -7.62%의 손실을 기록했다.
신흥국의 주식시장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선진국에 견줘 경제회복 속도가 빠르고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다시 양적 완화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넘쳐나는 자금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신흥국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신흥국들은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가 살아나면서 내수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중국은 수출 중심 경제에서 내수 위주로 전환하고 있고 브라질도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구, 내수시장 확대가 긍정적인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 역시 높은 경제성장률과 내수 확대가 예상되며 동남아 국가들은 천연자원이 풍부해 중국 내수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석유사업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는 원유값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주식시장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주식시장의 강세는 미국경제 회복이 더뎌지면서 내년 중반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펀드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넘쳐나는 달러는 선진국 대비 높은 경제성장률과 환차익을 노리고 신흥국 쪽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며 “내년 3분기까지는 신흥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진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신흥국 주식시장에 충격도 예상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김종철 펀드애널리스트는 “미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며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달러 자금들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흥국은 중국을 빼면 외국자금 비율이 높아 이들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주식 손실과 환차손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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