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코스탁서 기업 65곳 퇴출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어”
소액주주, 경영권확보 도전
획득해도 정상화까진 험난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어”
소액주주, 경영권확보 도전
획득해도 정상화까진 험난
멀쩡하던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된 것도 억울한 판에 회사 경영진이 횡령까지 했다면 분통이 터질 일이다.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해당기업 경영진의 부정행위에 분노한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내거나 경영권 확보에 나서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주식 가치가 폭락하거나 상장폐지되더라도 발만 구르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소액주주운동이 점점 전문화·체계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업 경영은 물론 법률적 지식·경험도 없이 생업에 종사하던 소액주주들이 모인다고 해서 정보와 조직력에서 앞선 회사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 개미들의 결집 코스닥시장에서 올 들어 27일까지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의견 거절과 부도 등으로 퇴출당한 기업은 모두 65곳에 이른다. 지난 한해 동안 퇴출된 기업수(70곳)에 육박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커뮤니티사이트인 네비스탁에 따르면, 주주경영위원회가 설치돼 활동중인 기업만 모두 200여곳이다. 이미 상장폐지된 기업에선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경영권 획득을 통해 기업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루넷(55%)을 비롯해, 하이스마텍(49.27%), 동산진흥(39.88%), 인젠(35.24%) 현대금속(32.33%) 등은 소액주주 지분이 30%를 넘어섰다.
이루넷은 상장폐지가 결정된 뒤 소액주주들이 지역별 조직망과 책임자를 두고 정리매매 때 추가매수 등의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한 경우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획득에 도전했으나 인감증명서 등 위임장 인정여부를 놓고 파행 끝에 실패했다. 회사 쪽에서 이미 본점을 서울에서 마산으로 옮기고 화의신청을 한 상태이고, ‘소액주주연대’ 쪽에서는 기각 신청으로 맞서고 있다. 주주연대 박만석 이사는 “임시주총 때 우리도 결사적으로 맞받아쳤으면 성공했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관리인 선임이 중요한데 현 대표이사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루넷은 김민종 전 대표가 횡령·배임 등으로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544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쳤고, 4월22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 소액주주+기관투자가의 연대 지난 5월 상장폐지된 현대금속의 소액주주연대는 케이에스(KS)인베스트먼트와 힘을 합쳐 지분 ‘50%+1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케이에스인베스트먼트 지분율은 11.83%로 주주연대 쪽에서 38.3% 정도만 획득하면 경영권 획득이 가능하다. 회사 쪽은 애초 7월2일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으나 지금은 8월6일로 연기한 상태이다. 상장폐지 직전 충북 음성공장은 이미 현대메탈에 매각됐다.
현대금속 소액주주모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장창선씨는 “현대금속과 계열사인 태창기업의 주주이기도 했는데 하루아침에 두기업이 모두 상장폐지를 당했다”며 “감사거절로 상장폐지됐지만 감사 거절 이면에는 경영진의 부정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금속 소액주주연대 쪽은 케이에스인베스트먼트 등 기관투자자들이 함께하고 있어 경영권 획득이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영권 확보 이후도 문제 소액주주들이 경영권을 획득한 뒤에도 경영 정상화의 길은 멀다. 하이스마텍은 상장폐지가 결정된 직후 소액주주 대표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사례이다. 하이스마텍 박흥식 대표는 지난달 30일 보유지분 2만2000주와 경영권을, 소액주주 대표 박재형씨에게 2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소액주주가 내세운 경영진은 경험이 짧은데다, 신규자금 조달 등에서 또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재형 소액주주 대표는 “상장폐지로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데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나 어음 등을 소액주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며 “현재 하이스마텍의 최대주주인 케이비티와 협조해서 회사를 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 대표인 박흥식 대표와 이사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한 상태이며, 케이비티 쪽이 회생안을 내면 감자와 케이비티쪽의 자금 유입 등을 통해 회생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구스 소액주주연대에서 활동중인 김진형씨는 “기업들은 상장폐지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6개월또는 1년전부터 허위공시나 가장매매 등 정교한 시나리오를 갖고 돈을 빼돌리는 것 같다”며 “갑자기 일격을 당한 소액주주들이 내부 불신과 의견충돌 등을 추스리고 회사 쪽에 대응해 이기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몇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법률적으로 무지해서 놓친 기회도 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아구스 소액주주연대에서 활동중인 김진형씨는 “기업들은 상장폐지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6개월또는 1년전부터 허위공시나 가장매매 등 정교한 시나리오를 갖고 돈을 빼돌리는 것 같다”며 “갑자기 일격을 당한 소액주주들이 내부 불신과 의견충돌 등을 추스리고 회사 쪽에 대응해 이기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몇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법률적으로 무지해서 놓친 기회도 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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