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다크풀’ 공청회
시세조정 등 악용소지 논란
시세조정 등 악용소지 논란
대량 주식 거래를 익명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다크 풀’(Dark Pool)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다크 풀 제도는 장 시작 전에 대량 주문을 받아 매수·매도 주문을 체결한 뒤, 장 종료 뒤 당일 거래량 가중평균 가격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감독당국은 불공정거래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29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경쟁대량매매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류성곤 한국거래소 주식시장총괄팀장은 “현행 대량매매는 기관투자자들이 장외에서 전화나 메신저 등을 통해 거래 상대방을 찾는 과정에서 주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고, 적시에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기도 어렵다”며 “정규 시장에서 대량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락하는 등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량 호가가 늘어나고 기관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증가해, 수요 흡수를 위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을 거절하면서 외국인의 장외대량거래 제한을 거론한 것도 제도 개선의 논거 중 하나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인맥을 바탕으로 법인영업을 주도해온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법인영업력이 취약한 중소 증권사는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기관 주문을 받을 수 있어 반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투명성 확보 등을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윤동인 금융감독원 조사1국 시장감시팀장은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자기 계좌에서 사고파는 가장매매, 둘 이상이 짜고 시세를 조종하는 통정매매 등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결국 거래소의 시장감시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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