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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증권사 랩어카운트 시장 1년만에 3배 커졌다

등록 2010-06-17 21:17

랩어카운트 잔고 변동 추이
랩어카운트 잔고 변동 추이
시장 상황 따른 투자 가능…자산 30조원 돌파 예상
은행권 연말부터 가세…“투자자 보호 공백 우려도”
대량 환매사태를 겪은 펀드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증권사 ‘랩어카운트’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현재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21조9276억원으로 전달에 견줘 1조3261억원 늘었다. 1년 전(13조3162억)에 견줘 8조6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말 랩 계약자산이 26조8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달 말이면 30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관측이 맞다면 불과 1년여 만에 시장 규모가 3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5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2조2000억원의 돈이 빠져나간 것을 고려하면, 결국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이 랩어카운트 쪽으로 말을 갈아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주식편입 비중이 제한된 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과 비중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금융위기 이후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은 부동자금이 랩어카운트로 몰렸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감싼다는 뜻의 ‘랩’(wrap)과 ‘계좌’(account)의 합성어인 랩어카운트는 증권사나 증권사와 연계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주식이나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1 대 1 맞춤식 자산관리서비스다. 최근에는 주식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주종을 이루며 펀드 상품을 대체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비율을 조절할 수 있으며 한 두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도 있다. 펀드와 달리 고객마다 독립된 계좌로 관리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운용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금이 작아 분산 투자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랩어카운트는 펀드보다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도 랩어카운트 상품을 팔 수 있게 돼, 그동안 시장을 독식해온 증권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펀드 판매 감소를 보완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왔는데, 올 연말쯤 시행령이 개정되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승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랩어카운트 부각과 투자자보호’라는 보고서에서 “은행의 가세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투자자는 펀드와 랩 상품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결국 고객의 구체적인 요구에 따라 운용돼야 할 랩이 펀드처럼 운용사 마음대로 운용되거나 합동 운용될 여지가 있어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랩 상품이 고유 특성에 맞게 판매되고 운용되는지를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감독해야 한다”며 “운용은 따로 하지만, 매매 체결은 합동으로 할 수 있게 돼 있는 현재 규정을 고쳐, 독립운용이라는 자문형 상품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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