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증거금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증권사 접수창구에 몰린 투자자들이 청약신청을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제공
저금리 기조탓 갈곳 잃은 시중자금 투자처로
상장뒤 ‘단기 주가상승→공모가 유지’ 전망
상반기 기업공개 잇따라 ‘증시 하락’ 우려도
상장뒤 ‘단기 주가상승→공모가 유지’ 전망
상반기 기업공개 잇따라 ‘증시 하락’ 우려도
오는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삼성생명의 일반 공모주 청약에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의 뭉칫돈이 몰렸다. 청약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4일 청약증거금(주식인수대금의 50%)으로만 19조8444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청약 경쟁률은 40.6 대 1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희망 공모가의 상단인 11만원에서 공모가가 결정됐음에도 20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몰린 데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수익이 예상되는 투자 대상에 몰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 주식 초보들의 청약 열기 삼성생명의 공모액은 4조8881억원으로, 이 가운데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은 20%다. 청약 시작 전부터 주간증권사 6곳의 증권계좌 개설 창구를 달궜던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열기는 이날 접수 현장까지 이어졌다. 전반적으로는 여유 자금을 갖고 있는 중·장년층의 참여가 많았으나,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거액을 들고오거나 결혼자금을 투자하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김정환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떨어지자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단기 투자처를 찾아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생명보험 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도 개인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점이다.
■ 상장 뒤 주가 어떻게 될까? 삼성생명의 주가는 상장 뒤 단기적으로 오른 뒤 다시 공모가 근처로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조원어치의 공모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로 협약을 맺은 상태라, 최소한 5월 한달 동안에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매금지 협약이 풀리기 시작하는 6월부터는 장담하기 어렵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는 투자가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주가 폭락 없을까?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22조원으로 시총 순위 6위권에 오르는 삼성생명주로 인해 증시가 휘청거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국내 증시의 경우 1989년과 99년 대규모 기업공개 이후 주가가 폭락한 경험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대량 환매로 증시의 체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에 이어 미래에셋생명이 올 상반기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등 대규모 기업공개가 줄을 서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일본 생보사 2위인 마이치생명, 홍콩 에이아이에이(AIA)생명(AIG 계열) 등이 삼성생명과 비슷한 시기에 상장하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박중제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2008년 중국 공상은행의 홍콩 증시에 상장 이후 바로 그때가 주가의 고점이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며 “삼성생명 주식 자체는 아주 좋은 주식이지만 너무 열기가 뜨거우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규모 기업공개가 악재인 것은 맞지만 이미 시장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방향성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증시 활성화 계기” 기대도 삼성생명 상장을 계기로 시중의 부동자금이 증시로 들어올지도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자금 순환은 예금→채권→기업공개(IPO)→증시의 패턴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특판 예금금리가 치솟으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예금 부문으로 집중됐다가 올 들어 예금금리가 내려가자 만기도래한 예금이 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차례는 증시라는 것이다. 김세중 팀장은 “채권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바닥권에 다다른 채권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노리고 기업공개 쪽으로 몰리고 있다”며 “삼성생명 청약자금 중 상당 규모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만 일부는 증시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청약이 마무리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은 오는 7일 환불되는 청약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특판 경쟁에 돌입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주요 기업들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 및 모집 금액
삼성생명 상장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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