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부채 해소 힘실려
증권가 ‘큰손님’ 대접인듯
“투자 매력 없어져” 분석도
증권가 ‘큰손님’ 대접인듯
“투자 매력 없어져” 분석도
11만원으로 정해진 삼성생명 공모가의 적정성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고 비판하는 쪽은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을 바라는 삼성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2~23일에 걸쳐 진행된 삼성생명 공모 수요 예측 조사에 참여한 국내 기관은 모두 200여곳으로 경쟁률은 11 대 1이었다. 국외 기관의 경우 이보다 낮은 8.1 대 1이었다. 대표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은 공모 가격을 11만원 미만으로 적어낸 국내 기관 40여곳이 탈락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기관들은 모두 11만원 이상을 적어냈다는 얘기다.
이는 액면분할 이전 가격으로 주당 110만원에 해당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배다. 지난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대한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 1.86배보다는 높고, 동양생명의 2.08배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 하나의 지표가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회사 주가의 적정수준을 재는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쓰는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P/EV)다. 11만원을 기준으로 한 삼성생명의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는 1.3배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한생명은 상장 당시 1.06배 수준이었다.
공모가가 이렇게 높게 책정된 이유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삼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가를 최대한 높게 책정해야 하는 삼성의 처지를 이해한 기관투자자들이 알아서 기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움직이는 자금은 100조원이 넘는다”며 “자산운용의 중개 구실을 하는 기관투자자들한테는 삼성생명이 ‘갑 중의 갑’, ‘슈퍼 갑’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이 나서서 열심히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을 쥐락펴락할 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초 10만원도 높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11만원이면 투자 매력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경쟁에 참여하다 보니 가격이 올라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당장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의 2%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로서는 투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나도 투자하지 않았다가 주가가 오를 경우 심하면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어 외국기관들이 선호했던 점도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재성 김수헌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