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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주가폭락 ‘마음고생’…본전 찾은뒤 “에이, 팔자”

등록 2010-04-08 10:59수정 2010-04-08 11:14

사흘새 1조3000억…펀드 대량환매 왜?

기업실적·전망 좋은데도 ‘주가 게걸음’ 주요인

자금 조달 어려워져 실물경제 악영향 줄수도
#서울에 사는 조진수(가명·42)씨는 2008년 6월 가입했던 국내 주식형 펀드(5000만원 거치)를 지난 6일 환매했다. 주가지수 1750대에 들어갔다가 900대까지 내려앉으면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종 수익률은 5%였다. 그는 “주가가 더 오를 것 같기도 하지만, 지난해 한 차례 환매 기회를 놓치고 마음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지금 팔아치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 같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매달 이자가 지급되는 채권형 상품에 환매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업체 임원인 김명철(가명·52)씨도 지난 5일 국내 주식형 펀드(3000만원 거치)를 환매했다. 지난해 7월 가입했는데, 최종 수익률이 15%가량 됐다. 그는 “최근 주가지수가 1700선을 돌파한 뒤 주춤하는 양상을 보여 환매를 결정했다”며 “일단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뒀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펀드를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태 주가가 1700선에 안착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대량 환매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사흘(거래일 기준) 만에 1조3000억원 가까이 유출되는 등 벌써 3월 한달치(1조8556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올해 초와 지난해 9월, 주가가 1700선을 넘어설 무렵 하루 1000억~2000억원대의 펀드 자금이 빠져나간 적은 있지만, 요즘처럼 하루 5000억원대씩 빠져나간 적은 없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수 움직임이 강고하다는 걸 확인한 6일에는 순유출 규모가 2213억원으로 조금 주춤한 상태다.

이유 펀드 투자자들의 ‘본전 회복’ 의지가 워낙 강하다. 이들은 대부분 펀드 가입 열풍이 불었던 2007년 이후 펀드에 가입해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주가지수대별 펀드 유입 금액은 1800~1900 사이가 9조7301억원으로 가장 많고, 1900~2000 사이 8조5925억원, 1700~1800 사이가 5조5076억원이다. 2000 이상에서 들어온 자금도 6368억원이나 된다. 주가가 오를수록 펀드 환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박현철 메릴린치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손실 구간에서는 인내심이 강한데, 이익 구간에서는 그렇지 못한 편”이라며 “지난해 9월이나 올해 1월 빠져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영향 펀드 대량 환매는 당연히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과 향후 전망 등은 모두 좋은데 주가가 게걸음을 치는 주요한 요인이 개인들의 펀드 환매 물량이다.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철배 한국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 본부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주식시장을 통해 생산적인 기능을 해야 할 돈이 펀드에서 빠져나와 단기부동화하고 있다”며 “장기 투자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 등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펀드가 너무 과열됐기 때문에 어차피 한 번은 거쳐야 했던 일이라고 본다면 나름 긍정적인 현상”(박현철 연구위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망 펀드가 토해낸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먹는 증시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7일까지 19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1800 이상 가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낙관적 기대가 형성되는 시점까지는 펀드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외국 기업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들어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김철배 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외국인들과 달리 환매를 하는 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이찬영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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