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바닥찍었다” 단숨에 900 이끌어
대세상승 이르지만 되밀림 방어선 구축
미 증시·환율·위안화 등 ‘복병’ 곳곳에 거래소 본격 부활의 시작인가? 연초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거래소가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와 함께 단숨에 900을 넘어버렸다. 거래소가 이제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들 수 있을지, 일시적인 깜짝 반등에 불과한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대세상승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시장주도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다시 900선 아래로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삼성전자의 위력 재확인 =14일 무려 19.56(2.21%)이 급등한 905.10으로 마감해 지난해 4월28일 901.83 이후 9개월만에 900선을 돌파했다. 지난 10월 이후 지긋지긋하게 지속되던 850~900박스권을 드디어 뚫은 것이다. 이날 지수 급등은 전적으로 삼성전자의 힘이었다. 시가총액의 20%가 넘는 삼성전자가 6.19% 급등하면서 지수를 밀어올린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오래만에 크게 순매수(1913억원)하는 모습이어서 시장 분위기를 더 밝게 만들었다. 이날 삼성전자가 내놓은 4분기 영업이익 1조5326억원은 좋은 실적은 아니었지만 시장은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점을 더 크게 받아들였다. 회사쪽은 여기에 더해 적극적인 투자계획과 올해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아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13일 포스코는 사상 최대 실적, 14일 삼성전자는 바닥 실적이라는 점에서 극과 극이었다”며 “하지만 시장은 호재는 호재로, 악재는 ‘이미 선반영됐다’는 역발상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종목이 아닌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했다는 점이 시장 전망을 더 밝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해 주도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부분 업종이 ‘자기 몫’을 해낸 반면 아이티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이 때문에 결국 지수가 900을 넘지 못했다”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아이티가 상승하면 지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본격 상승 이르지만 바닥은 높아졌다 =지수가 900을 넘어서자 벌써부터 1000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대세상승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다. 그러나 최근 지수대의 저점과 고점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점이 대세상승을 위한 ‘체력다지기’라는 분석에는 별 이견이 없다. 단지 단기적으로 추가상승이 얼마나 가능한지에 대한 의견만 조금 엇갈린다. 오현석 연구원은 “1월 장세의 가장 큰 악재는 실적과 수급(차익거래잔고)이었는데 시장이 내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상승이라고 하긴 이르지만 박스권을 상향돌파한 것은 의미가 큰 만큼 단기적으론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더 팔 이유는 없어졌다”며 “그동안의 할인요인이 사라진만큼 삼성전자는 50만원 초반, 코스피는 930선까지 오를 여력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학균 연구원은 “결국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본격 상승의 힘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바닥을 확인했다’는 차원을 넘어 ‘실적이 본격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시장 합의가 뒷받침돼야 지속적 상승이 가능한데 아직 그런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삼성전자와 코스피가 각각 45~50만원, 900안팎에서 함께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4일 같은 급등세가 계속되지는 않고 900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추세는 주가가 바닥을 다지면서 상승하는 트렌드”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증시의 추가 하락, 환율 급락, 위안화의 절상 등은 이런 장기 추세를 꺾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