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녹색성장펀드 현황
지난달만 5개 나와…설정액 1억미만 수두룩
대기업 비중 높아 ‘녹색’ 제대로 낼지도 의문
대기업 비중 높아 ‘녹색’ 제대로 낼지도 의문
‘녹색’ 바람을 타고, ‘녹색성장’ 테마펀드들이 시장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녹색성장 펀드의 수익률도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보다 높다. 그렇지만 관련 주가가 벌써 뛰어오른 탓에 설정액이 미미한 등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다른 펀드들과 차별화가 가능할지 불확실한 실정이다.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한달 동안 산은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5개 자산운용사에서 5개의 녹색성장 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3월까지는 2개뿐이었다. 미국과 한국 등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주도하고, 국내 증시에서 태양광, 풍력 등 녹색성장주들이 급등하면서 펀드시장에까지 녹색 바람이 분 것이다.
지난해 4월 말 출시된 ‘하나유비에스신경제코리아증권투자신탁’의 최근 한달 수익률은 7.19%,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은 35.64%를 기록했다. 임정진 하나유비에스자산운용 팀장은 “태양광과 바이오 연료 등 녹색 분야에 60% 정도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은행지주사 등 정부정책 변화로 혜택을 받게 될 수혜주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의 한달 수익률은 11.09%,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은 42.72%다.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한달 평균 수익률 7.94%, 올해 초 이후 수익률 24.65%에 견주면, 이들 펀드들이 선전한 셈이다. 전용욱 흥국투신운용 운용역은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엘이디(LED·발광다이오드)와 전력 관련 회사, 녹색성장 분야 쪽으로 진출하는 대기업에 70%를 투자하고, 녹색성장과 상관없는 대기업들에 30%를 투자하고 있다”며 “이름뿐이었던 이전의 사회책임투자(SRI)펀드와는 달리, 세계 경제 추세와 정부 정책이 뒷받침하는 녹색성장 펀드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녹색성장 펀드 설정액은 아주 작은 규모다. 설정액이 채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종류형 펀드’(하나의 펀드 안에서 서로 다른 판매보수와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는 펀드상품)가 수두룩하다. 가장 규모가 큰 펀드의 설정액도 30억원에 불과하다. 이수진 제로인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새롭게 투자에 나설만한 분위기도 아니고, 이미 녹색성장 테마주들의 주가가 워낙 뛰어올라 있어 펀드에 가입하는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거품이 끼어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어느 정도 옥석이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 별 차이가 없는 ‘무늬만 녹색성장 펀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기업윤리와 환경, 지배구조 등을 중요 투자기준으로 삼았으나 이를 충족하는 기업이 드물었던 것처럼 녹색성장에 걸맞는 기업들로 투자자산을 구성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출시된 녹색성장 펀드들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엘지화학 등 대기업들의 비중이 높다. 김종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예컨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한다고 하면 현대차가 녹색성장주가 되는 식이어서 일반 펀드와 차별화되기 어렵다”며 “유행에 따라 나타나는 이벤트성이 될지, 아니면 차별화된 하나의 부문으로 자리잡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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