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차례 ‘고지’ 탈환…‘뒷심부족’ 이내 미끄러져
개인 매도세에 외국인 “팔자”…“실물경기 회복이 열쇠”
개인 매도세에 외국인 “팔자”…“실물경기 회복이 열쇠”
10일 코스피지지수가 결국 1200선 안착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심화 이후 코스피지수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1200선 돌파를 시도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선 실물경기의 개선이 가시화 될 때가 돼야 추세적 상승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2.36(1.03%) 오른 1215.05에 거래를 시작하면서 1200선 안착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지난 6일 1210.26(이후 종가 기준)에 오른 뒤 하루 지난 9일에도 약간 밀렸지만 1202.69에 머물러 1200선을 지켜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면서 전날까지만 해도 9거래일 연속 ‘사자’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주가는 맥을 추지 못해 3.82(0.32%) 떨어진 1198.87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24일 938.75으로 바닥을 친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1000~1200선 사이를 오르내려왔다. 특히, 지난해 12월8일(1105.05) 이후 1100~1200 사이에 갇혀있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 위기에 이은 실물경기의 후퇴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책대응이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코스피지수는 1200선을 넘어 안착하려다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해 11월5일(1182.5)와 12월19일(1180.97)에는 1180선에서 고점을 형성하며 지수 상승의 기회를 엿봤으나 결국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1월7일(1228.17)~8일 △2월6일(1210.26)~7일에 각각 1200선을 넘어섰으나 매번 뒷심 부족을 확인해야 했다.
코스피 지수가 1200선에 접근할 때마다 시장에는 낙관론이 급속하게 퍼지곤 한다. 특히 최근 중국 증시의 반등과 외국인 순매수세가 기대감을 키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만 해도 9.7% 올랐고, 6일 기준 지난해 말보다 20%나 급등한 상태다. 1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도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낙관론은 지금도 살아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국내 증시의 강세는 미국보다는 중국의 경기회복 조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날인 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200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9거래인 연속 순매수를 보인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10월 이후 연말까지 너무 많은 한국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투자비중 조정과 환율이라는 요인 탓에 한국 주식에 대한 매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반면, 주가가 1200선을 넘어서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데 대해선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기업 실적으로 표현되는 실물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른바 ‘펀더멘털’의 문제다. 대우증권 고유선 수석연구위원은 “여러 악재들이 산재해 있으나 일부 선행지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이 기대한 만큼 경기 회복 속도가 받혀주지 않는다면 주가는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팔자’를 넘어서는 기관이나 외국인의 강력한 ‘사자’ 흐름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주가가 1200선을 접근할 때마다 개인의 매도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위원은 “주가 흐름의 방향은 위쪽이지만 개인의 매도세를 이겨낼 공방전이 불가피하다”며 “각국 정부의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악화된 펀드멘털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시간이 지날 수록 1200선 돌파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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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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