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MMF) 잔액 추이
단기 부동자금 500조원…‘유동성 장세’ 기대감 커져
“돈만으로 주가 끌어올리기엔 한계” 시기상조 시각도
“돈만으로 주가 끌어올리기엔 한계” 시기상조 시각도
지난해 9월 이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주식시장에서 최근 들어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부동화한 자금이 500조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이런 ‘기대’를 ‘확신’으로 돌려놓는 듯한 모습이다. 신용위험이 다소 가라앉게 되면 단기 부동자금이 일단 증시로 급격히 쏠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시중 유동성은 꾸준히 늘고 있는 한편 단기 부동화 현상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시중유동성(M2)은 1427조9053억원으로, 2007년말에 견줘 12.1%나 증가했다. 전기 대비 기준으론 두 달 연속 증가세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증가 속도는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조만간 발표될 12월말 집계치에서도 전기대비 증가세를 이어가 1440조원 안팎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유동성 증가에 견줘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속도는 더욱 빠르다. 한 예로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올해 들어 5거래일만 제외하고 순유입 하는 데 힘입어 지난해 8월말 이후 51%(38조5천억원)나 불어났다. 이는 새롭게 풀린 유동성 외에도 이미 풀려 투자자들이 쥐고 있는 돈까지 단기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 부동자금은 언제든지 주식이나 채권시장, 부동산, 실물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투자 대기자금의 속성이 있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들어 국고채 금리 등 지표 금리가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채권시장에 쏠렸던 자금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인 관점에서 유동성 장세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도 “과거 경험상 경기 침체 이후 회복단계에서 매우 짧은 시차를 두고 금→오일(석유)→부동산→주식 순서로 부동자금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기업 실적 등 경기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경기에 선행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유동성 랠리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맞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돈의 힘만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지 않는 등 아직까지는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 적정 가치를 가늠하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 13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더욱이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유동성 장세를 언급하기엔 시기상조란 것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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