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자주 바뀔수록 불공정 거래 개연성”
다수 횡령·시세조정 의혹…지분 홈피 구축 예정
다수 횡령·시세조정 의혹…지분 홈피 구축 예정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 중 수시로 사업목적이 바뀌거나 재무상태가 부실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조심해야할 대목이다. 지난해 횡령·배임 사건에 얽힌 코스닥 상장 기업이 급증했던 사실도 눈여겨볼 점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코스닥시장에서 지난해 최대주주 변경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기업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고 12일 밝혔다.
시장감시위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은 모두 242개사로 전체 상장기업(1035개사)의 23.4%에 이르렀다. 이는 코스닥상장법인 5개사 가운데 한 곳의 최대주주가 바뀐 것으로, 유가증권시장(707개사 중 77개사, 10.9%)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들 최대주주 변경 기업 가운데 다수는 기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조차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176개사(72.7%)는 한 해 동안 1~4회 사업목적을 변경했으며,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부실 기업도 55개사(22.7%)나 됐다. 또 이들 최대주주 변경 기업에 대한 시장감시 결과 242개사 가운데 64개사(26.4%)가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에 얽혀 있다는 혐의로 정밀 분석을 받고 있다. 시장감시위 최욱 팀장은 “최대주주나 사업목적이 자주 바뀌는 기업이라면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전에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감시위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를 위해 올 상반기 중 거래소 누리집 안에 지분관리 전용 웹페이지를 따로 구축해 △최근 3년 동안 최대주주 변경 내역 및 횟수 △변경 사유 등의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임직원의 배임·횡령 혐의가 잦은 기업들도 조심해야할 대상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자료를 보면, 코스닥 상장기업이 임직원의 배임·횡령 혐의가 있다고 공시한 게 지난해 모두 86건에 이르러 전년 44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횡령 등 혐의와 관련된 금액도 1조1285억여원에 이르렀다. 2007년엔 관련 금액이 3749억여원 수준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지난해 모두 16건(관련금액 1689억여원)의 배임·횡령 관련 공시가 있었다.
최욱 팀장은 “횡령 및 배임 사건의 경우 사전에 알기는 어렵지만 역시 최대주주나 사업목적이 바뀌거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면 이런 일이 터질 개연성이 높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공시에서 주주 변경과 함께 사업목적의 변화를 아울러 챙겨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에선 올해 들어서도 배임·횡령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가전제품 제조업체 오디코프는 지난 6일 전임 경영진 일부가 회삿돈 217억원을 빼돌렸다고 서울중앙지검에 이들을 고소했고, 엘시디 티브이 제조업체 트리니티도 전 대표이사의 30억원 배임발생 사건을 공시했다.
이런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참다 못한 소액주주들이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사례들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중견 건설업체 아이씨코퍼레이션의 소액주주 36명(회사원, 자영업자 등)은 경영에 참가하고자 소액주주 조합(지분 5.0%)을 결성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안창현 황상철 기자 blue@hani.co.kr
이런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참다 못한 소액주주들이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사례들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중견 건설업체 아이씨코퍼레이션의 소액주주 36명(회사원, 자영업자 등)은 경영에 참가하고자 소액주주 조합(지분 5.0%)을 결성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안창현 황상철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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