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를 주도하는 세력은 헤지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관련업계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7월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매매체결 기준(유가증권시장)으로 증권사를 통해 증권 유관기관 등에 신고된 외국인들의 국적과 매매동향 등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이 순매도를 기록한 17조3311억원 가운데 33.62%인 5조8477억원이 조세피난처 투자자들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만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의 투자자들은 각종 세제상 특혜를 노린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추정이다.
국가 분류가 제대로 안 된 기타 분류국이 9조988억원의 순매도를 한 것을 제외하면 전체 순매도 금액 8조2323억원의 70.78%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들이 집중적으로 국내 주식을 시장에 쏟아낸 것으로 분석됐다.
최대 순매도 국가는 케이만아일랜드로 2조7789억원이나 됐으며 , 이어 룩셈부르크(1조9573억원), 말레이시아 라부안(3711억원), 버진아일랜드(2175억원), 버뮤다(1833억원), 바하마(1426억원), 저지(1329억원) 등의 차례였다. 순매수 국가 중에는 영국이 2조701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프랑스(1조4430억원), 싱가포르(9093억원), 스위스(607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달에도 조세피난처 국가의 자금유출은 지속돼 20일까지 전체 순매도 규모 2조1115억원 가운데 28.15%인 5943억원으로 집계됐다.역시 가장 많은 순매도를 기록한 국가는 케이만아일랜드로 2233억원이었으며, 이어 버뮤다(1805억원), 룩셈부르크(1240억원) 차례였다.
대신증권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21일 보고서에서 “헤지펀드들이 최근 주가하락과 자금유출에 따른 자산감소로 신음하고 있다”며 “헤지펀드의 어려움은 결국 한국 등 각국 증시에서 자금이탈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31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된데다 주가하락으로 자산감소가 이어지면서 전체 자산규모가 전분기인 2분기 1조9천억달러에서 3분기 1조7천억달러로 급감했다.
헤지펀드는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투기성 자금을 말한다. 투자자 다수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의 거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 방식 펀드로, 주로 조세회피 지역에 투자조합 형태로 설립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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