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케이 225 지수가 오전 전날에 비해 7% 하락한 23일 도쿄시내의 시황판에 행인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처방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만연한 가운데 해외에서는 부정적인 소식들만 날아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참여자들의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가 이런 나쁜 뉴스들을 부풀려 해석해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실물을 회복시킬 수 있는 내수 진작책을 차근차근 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바닥이 안 보인다"
23일 오전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436.00원까지 치솟았다가 상승폭을 줄여 1,42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57.00원 급등한 1,42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매수세 폭주로 폭등했다가 매물이 유입되면서 하락했다.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아르헨티나도 국가부도 위험에 직면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매집세가 커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88.05포인트(7.76%) 폭락한 1,046.54를 기록하고 있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6.47포인트(7.89%) 내린 309.06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이날 장중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미국 증시의 급락과 유럽 증시의 급락에 환율 상승,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 등이 폭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리 정부가 연일 고강도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무런 약효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도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5천억원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금융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은행의 외화 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원화 유동성 공급, 건설업체 지원 및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시중금리 인하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 경감 등 잇따른 정부의 대책에도 시장은 악화일로다. 해외발(發) 소식들은 대부분 악재다.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설,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신청, 서유럽 선진국들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0.2%에 불과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 보고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일본의 경기 침체 등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GM, 야후, 르노, 볼보, 펩시콜라 등 해외 주요 기업들이 감원 및 공장 폐쇄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자동차, 반도체, 철강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달러 자금난 같은 미시적인 문제는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귀추를 봐야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기 부진이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 실적도 나빠질 텐데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한 감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토러스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악재만을 인식하는 심리적 공황이 주가 폭락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표면적으론 실물경기 및 실적 악화가 배경으로 지목되지만 이들은 금융위기가 가장 극심했던 3분기의 결과물"이라며 "이런 후행적인 지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심리적인 패닉 현상"이라고 말했다. ◇ "'한 방' 대책은 없다..인내심 갖고 내수 진작해야" 전문가들은 당장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며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신흥시장 국가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가 이제 전면적인 경기 침체로 확산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탈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식 준(準)국유화급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더 할 만한 것도 없어 보이며 한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발휘되기도 힘들다"며 "국제적인 공조가 공격적으로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경제 위기를) 한 방에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해 아프지만 포기해야할 부분도 감수하면서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지적했다. 감세나 재정 확대 등의 카드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이겠지만 재정 악화로 정부 신용의 개선을 막아 신용 위기를 잠재우는 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어떤 처방을 내놓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심리가 회복되는 게 관건"이라며 "이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실물 쪽 내수를 진작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최윤정 김호준 기자 (서울=연합뉴스)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88.05포인트(7.76%) 폭락한 1,046.54를 기록하고 있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6.47포인트(7.89%) 내린 309.06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이날 장중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미국 증시의 급락과 유럽 증시의 급락에 환율 상승,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 등이 폭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리 정부가 연일 고강도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무런 약효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도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5천억원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금융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은행의 외화 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원화 유동성 공급, 건설업체 지원 및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시중금리 인하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 경감 등 잇따른 정부의 대책에도 시장은 악화일로다. 해외발(發) 소식들은 대부분 악재다.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설,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신청, 서유럽 선진국들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0.2%에 불과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 보고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일본의 경기 침체 등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GM, 야후, 르노, 볼보, 펩시콜라 등 해외 주요 기업들이 감원 및 공장 폐쇄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자동차, 반도체, 철강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달러 자금난 같은 미시적인 문제는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귀추를 봐야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기 부진이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 실적도 나빠질 텐데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한 감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토러스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악재만을 인식하는 심리적 공황이 주가 폭락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표면적으론 실물경기 및 실적 악화가 배경으로 지목되지만 이들은 금융위기가 가장 극심했던 3분기의 결과물"이라며 "이런 후행적인 지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심리적인 패닉 현상"이라고 말했다. ◇ "'한 방' 대책은 없다..인내심 갖고 내수 진작해야" 전문가들은 당장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며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신흥시장 국가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가 이제 전면적인 경기 침체로 확산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탈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식 준(準)국유화급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더 할 만한 것도 없어 보이며 한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발휘되기도 힘들다"며 "국제적인 공조가 공격적으로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경제 위기를) 한 방에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해 아프지만 포기해야할 부분도 감수하면서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지적했다. 감세나 재정 확대 등의 카드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이겠지만 재정 악화로 정부 신용의 개선을 막아 신용 위기를 잠재우는 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어떤 처방을 내놓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심리가 회복되는 게 관건"이라며 "이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실물 쪽 내수를 진작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최윤정 김호준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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